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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 비준안 즉각 철회하고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정부는 진상조사단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쌀협상 국회비준을 철회하라.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투쟁에 동참한다.
땅이 망했다. 농민들이 죽어간다. 이 나라 정책입안자들은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있다. 만물의 생명이 땅에 있음에 감히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 하는가? 우리 작가들은 경찰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故전용철(충남 보령농민회, 46세)씨의 죽음에 분노한다. 우리 땅을 버리고 어디에서 새 삶을 구하려는 것인가? 이분 외에도 오추옥(경북 성주군여성농민회, 41세), 정용품(담양농민회, 38세), 진성규(경남의령농민회, 48세), 하신호(전북 김제농민회, 73세)…‥. 경찰의 폭력과 우리의 무관심에 목숨을 잃은 원혼들이 이 추운 대지 위를 헤매고 있다. 더 이상 살인을 멈추라. 이 불감증의 연쇄 살인행각을 멈추고 역사 앞에서 사죄하라. 이성부 시인의 「벼」를 이분들의 영전에 조시로 바친다.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중략>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우리 농업을 말살시키는 쌀비준안을 날치기로 처리한 국회의 행태를 규탄한다.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군대를 파병하는 것도 민중의 삶이 극단에 몰리는 것도 모두 자본의 논리로 귀결시킨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인가? 우리의 어머니이며 형제들을 다 죽여서 살겠다는 발상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오늘 당신들이 먹은 쌀밥은 바로 이 사람들이 죽기 전까지 보살핀 땅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배은망덕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묻고 또 묻는다. 고작 기생충 하나 때문에 벌벌 떠는 자들에게 묻는다. 과연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고서 이런 난리를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온 나라 사람들을 던져주는 밥이나 주어 먹는 비렁뱅이로 만들 생각인가?
쌀 협상에 대한 경제 역학적 전망은 접어두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옷과 집을 주더라도 농민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들판 앞에서 마음이 푸짐해지는 법이다. 이들을 먼저 설득하라. 강짜를 부리지 말고 정권의 치적으로 소개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을 농민들에게도 보여라. 정치 정적들에게, 대기업 관리자에게, 강대국 관리들에게 하지 말고 한번만이라도 우리 농민들의 손을 잡고 하라. 쭈그러진 손만 남은 농민들에게 아름답게 죽을 권리를 달라.
그리하여 쌀을 태우고 속을 태우고 몸까지 태우는 우리 농민의 죽음을 조금만 연장해 달라. 생명연장의 장미빛 환상은 죽지 말아야 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품고 사는 우리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은 똑똑히 경고한다. 손을 들어 하늘을 막으면 쌀알처럼 분노가 손가락 새로 쏟아질 것이다. 방패를 들어 땅을 찍으려 하지 말라. 딛고 선 땅이 입을 벌려 삼킬 것이다.
2005년 12월 1일
사단법인 전북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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