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가 문학계간지 작가들 봄호(통권 44호)를 출간했다. 작가들 2013년 봄호는 이 시대의 좌절과 죽음을 목격하며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 문학의 지향점이란 곧 시대의 지향점과 궤를 같이 한다.
<좌담>란에서 최원식 선생의 ‘2012년이 2013년을 본다’를 수록하고 있는데, 최원식 선생은 대선패배 이후 정신적 공황에 빠진 문학인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시한다. 최원식 선생은 “대선이 끝난 후, 패배했는데 고통이 없고 승리해도 환희가 없다. 승리와 패배 사이의 불꽃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면서 한 시대가 끝났다는 걸 느꼈다. 이제 민중을 진지로 삼은 민족 문학의 한 시대가 지나갔다”며 “민족문학의 영웅적 혁명적 시대가 마감된 이후 긴장된 체계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최원식 선생의 말인즉슨 문학의 뼈저린 반성과 새로운 전망에 대한 요구이자 주문이다. 또한 그는 “혁명의 종언이 가짜 드라마의 열광을 가져 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요즘 우리 시대에 유행하는 ‘힐링’을 예로 들며 “‘힐링’이란 상처를 치료해 불평등한 사회로 다시 내보내는 걸 의미한다.”며 “힐링이 아니라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문학은 결코 (가짜)드라마여서는 안 되며 전복적이어야 하고 혁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르포>에는 무려 6년이 넘게 정리해고 투쟁에 맞서 싸우고 있는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있는 문화활동가 성효숙 화가의 스케치를 실었다. 또 환경관련 글을 쓰고 있는 작가 박경화 씨의 교동도 답사기와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전 위원장의 글도 지금의 시대를 읽는데 도움을 준다. 성효숙 씨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의 집’에 거주하고 있던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문화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2월 5일 경찰에 연행되었다. 작가들은 성효숙 씨에게 콜트악기 르포를 청탁했었는데 성효숙 씨는 경찰에 연행되어 원고작성이 어려워지자 경찰과 용역들의 공장 침탈 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스케치를 보내왔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과 처절한 외침이 스케치에 담겨있다. 박경화의 교동도 답사기 ‘한반도의 역사를 품은 작지만 큰 섬, 교동도!’는 역사의 보고이지만 방치되고 있는 교동도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교동도의 역사를 복원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창작에서는 <시>란의 이가림, 백무산, 최정례, 고철, 조혜영, 유종인, 장이지, 김사이, 박경희, 황인찬, 이병국 시인과 <소설>란의 이시백, 유채림, 김경은, 김영욱 소설가, 그리고 <노마네>의 김미혜, 성명진 시인, 송미경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시백 소설가는 민중의 삶을 민중의 언어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만의 독특한 민중문학을 선보이고 있다. 유채림 소설가는‘두리반’ 투쟁을 겪으며 자신의 문학적 토양을 더욱 굳건히 다졌는데 이번 신작 엽편은 향후 그의 소설 세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경은 소설가는 작가들에 장편 <딜도>를 연재해왔는데 이번 호로 긴 소설적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섬세한 언어와 내밀한 감성이 돋보인다. 또한 이번 호부터 김영욱 작가의 청소년소설 ｢지하 0층｣이 연재된다.
<비평흐름>란에는 문학평론가 강경석이 ｢불가능의 유토피아｣를, 홍승희가 ｢감각의 세계에서 혼돈의 세계로｣라는 글을 보내왔다.
이번호의 첫장은 조명환 사진작가의 영종도 해변 사진들로 장식했다. 조명환 작가는 작가들에 굴업도 사진을 선보이며 독자들의 삶에 지친 피로한 눈을 맑게 씻어주었는데, 이번호에서도 영종도 해변 풍경에 감수성 짙은 초점을 맞춘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서평>란에는 박정윤 소설가가 이승우 소설 지상의 노래 서평을 보내주었다. 박숙경 작가가 한박순우의 동화 거지소녀를, 정민나 시인은 정세훈 시인의 신작 시집 부평4공단 여공 서평을 꼼꼼히 읽고 시평을 보내주었다. 고 박영근 시인과 함께 인천에서 활동하며 노동시를 써온 노동자 출신 시인 정세훈의 노동시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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