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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누군가를 흠모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현실의 인물이 아니다.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의 주인공인 ‘니나’다. 니나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신조차 그를 제지할 수 없었다. 니나는 결코 학습될 수 없는 생생한 욕망, 공자가 나이 칠순에서야 이르렀다는 종심(從心)의 경지, 즉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도 도를 거스르지 않는 경지를 생래적으로 체득한 사람이다. 내가 니나를 그런 사람으로 여기게 된 건, 그가 심리학 강의 시간에 안락사 법률 제정 문제로 동료 학생들과 논쟁하는 순간이었다. 니나는 이렇게 말했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재판관은 누가 됩니까? 어떤 경우에도 살인은 살인이라는 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당신 같은 양심 없는 사람들이 재판관이 되겠죠. 그리고 그들은 법이라는 미명하에 한 번 죽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옳든 그르든 상관 않고 계속 죽이게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살인자들만 남겠지요. 나는 이에 반대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결코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살인을 허가하고 그 살인에 불가피함과 선이라는 딱지까지 부여하는 국가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토록 오만하면서 매혹적인 주장을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법률제도는 갑오경장을 통해 정립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근대적인 사형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 사형제도의 첫 번째 희생자는 갑오농민전쟁의 주동자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이었다. 법은 도덕을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규율일 때 정의를 훼손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도덕을 넘어서면 언제고 그것이 우리의 족쇄가 될 것이다. 그대가 이 세상을 혹은 세상 사람을 사랑한다면, 법과 제도가 강력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2009. 10. 6 손홍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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