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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수단체 회원들이 현충원 정문 앞에서 퍼포먼스를 했다고 한다. 그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언젠가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다 무참하게 뽑혀 나뒹구는 추모비를 본 적도 있다.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어린 두 학생을 추모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시절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추모비는 부유한 이들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었고, 나랏돈으로 세워진 것도 아니었다.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세웠다. 그건 돈이 아니라 눈물이고 피땀이며 인간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예의다. 돈이 전부인 시대는 그런 방식으로 극복하는 거라고 일깨워준 시민들의 지혜다.
그러나 나는 또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정신 나간 늙은이나 꼴통으로 취급하는 댓글들을 보면 가슴이 섬쩍지근하다. 내가 알기로는, 진짜배기 보수들은 그런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전경련 회장이 그런 자리에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한나라당 총재가 그랬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보수를 자처하여 이득을 보는 자들이 그런 험한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야기는 더더구나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과문해서일까.
우리 사회에서 보수라고 일컬어지는 혹은 자처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규정을 내릴 때 신념 체계에 의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신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가난과 분노가 있다. 그 분노를 어느 방향으로 터뜨려야 할지 몰랐다. 새로운 적들을 몰랐던 탓이다. 그들이 아는 건 오래 된 적들뿐이다. 수십년 동안 사회체제는 그들의 분노를 먹고 자랐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에게 보상해주지 않았다. 하루 일당 외에는. 그런 보수(保守)는 서글픈 보수
(報酬)다. 한쪽에서는 손가락질을 당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용만 당하다 버림받는. 지천명을 훌쩍 넘어 이순과 종심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진짜배기 보수의 행동대원이 되어야 하는 저들의 삶은 대체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2009. 9. 15 소설가 손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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