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새책 조회 1271 제목 사람의 무늬 이름 관리자 첨부 20120105.jpg (26.3K) <책 소개> 중년의 언어로 길어올린 家長의 이야기들 털끝 하나 꺾을 수 없는 바람에도 자주/ 마음 무너진다/ 지푸라기처럼 서걱대는 고독을 숨기며/ 새벽잠이 줄었다/ 직장에서, 술자리에서, 사람들 틈에서/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머리띠 동여매는 일/ 수없이 늘었다 – ｢중년｣ 부분 중년, 하면 우선 쓸쓸함이 아련하다. 그러나 중년이란 말 속에는 그 이상의 무게와 삶의 비의가 숨어 있다. “털끝 하나 꺾을 수 없는 바람에도 자주/ 마음” 무너지면서도 수없이 머리띠를 동여매게 하는 욕망과 갈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생의 언저리에서 주변인들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와 ‘공감’의 변주를 통해 오히려 그 자신 중년의 쓸쓸함을 훌훌 털어내고 있는 시인이 있다. 2005년 현대시로 등단한 박일만 시인이다.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역사에 맞서 힘이 은폐하는 생들을 불러내 보이면서 경험들을 기록하고 기억을 불러내는 일에 치열하게 몰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박일만 시인이 등단한지 6년 만에 묶은 첫 시집 󰡔사람의 무늬󰡕(도서출판 애지)에는 인간존재의 근원적 상황을 전통서정으로 형상화 한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오홍진 평론가는 “중심의 바깥에서, 혹은 가난한 이들의 낮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득음(得音)의 경지, 다시 말해 타자들의 ‘말없는 손짓’에 주목”하고 있는 시집으로 평가하고 있고, 손세실리아 시인은 그 이유가 “관념의 유희를 철저히 경계하면서 삶의 진정성에 천착한 결과”라고 말한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란 말이 있습니다. 좀 늦었지만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며 거기에서 사람들의 삶을 발견하고, 시를 얻으며 때로는 에둘러 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혼이 실리지 않는 다작을 경계하면서 늘 진행형 자세로…….” ‘시인의 말’과 같이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철저하게 사람에 닿고, 사람을 모시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이 우리에게 그려 보이는 무늬들은, 그러나 조금도 과장되거나 들뜨지 않다.”는 고영 시인의 말이 이 시집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하다. 특히 “알몸으로 살아가는 도심이 섬뜩하다/집도 절도 없이 내 안에 내가 사는” ｢민달팽이｣처럼, “등뼈를 타고 오르내리는 식솔들의 눈총을 맞으며/숨차게 페달을 밟”(｢계단｣)아가는 우리 시대 家長의 이야기들이 간곡하다. 낯설지만 따듯한 사람의 등에 기대어 견뎌가야 하는 길을 더할나위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 시집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울림이 깊은 이유이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실낙원/ 모퉁이 수선집/ 계단/ 풍선미학/ 득음/ 지구의 체적/ 모항/ 민달팽이 1/ 알/ 어미/ 나무보살/ 개살구/ 안구 건조증 제2부 중심을 빼다/ 강변, 두만豆滿/ 유물론/ 밭뼈/ 모텔 알프스/ 다운타운/ 금연담론/ 볼륨 2/ 나잇살/ 채석강/ 장외場外/ 중년/ 볼륨 1/ 파종播種 제3부 아내의 거울, 혹은 렌즈/ 팔자걸음/ 민달팽이 2/ 부업/ 나는 수거된다/ 커튼/ 파장罷場/ 부부싸움/ 어머니의 담석/ 아내의 함몰유두/ 꽃 피는 아버지/ 유일한 식사/ 빈 항아리/ 이장移葬 제4부 놋쳉잉 씨/ 수화하는 여자/ 우유 아줌마/ 불난타/ 자본/ 정선장場/ 엿장수/ 낫/ 내소사/ 나무 가족사/ 등/ 주민등록등본/ 상처가 사람의 무늬를 만든다/ 땅끝 <책 속에서> 살아오는 동안 눈치 채지 못했다 아내를 안아보면 남모를 공간이 출렁 속살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 난다 이를테면 내 가슴을 찌르던 장밋빛이라던가, 햇살 꽉 찬 빛구슬이라던가, 먼발치에서도 환한 꽃사태라던가, 몸을 빠져나간 바람은 이제 무엇으로 남는가 무한대천 세상에서 인연 닿아 살 맞대고 살다 갈 우리 헤아려 보면 무엇으로도 규정지을 수 없는데 사람살이가 저 혼자 빛나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몸 부비며 사는 것이어서 주름진 몸 거기 뼈 마디마디에 웃음과 회한과 시끄런 강물소리 뒤범벅이다 헛헛해진 생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바람, 바람 잡아라! – ｢풍선미학｣ 전문 <추천글> 박일만 시의 근간은 천수천안(千手千眼)에 있다. 사바세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천개의 손과 두루 헤아리는 천개의 눈으로 시적대상을 위로하고 포용한다. 화살 잃은 온달과 아랫도리 통고무로 싼 민달팽이 사내와 서 너 평 꿈의 밀림에서 내밀히 숙성중인 과일가게 주인여자 등 신산한 일상에서 출발해, 입 하나 덜어보겠다고 두만강을 건넌 꽃제비와 새끼 새의 그늘 거처를 짓다 민머리가 된 얼간이새가 살고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까지 거침없이 확장된다. 분명 ‘첫’이라는 품사가 붙은 시집인데 놀라울 정도로 농익다. 울림이 크다. 이는 관념의 유희를 철저히 경계하면서 삶의 진정성에 천착한 결과이리라. 견고한 ‘첫’을 위해 수천수만 번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 시인을 생각하니 연민으로 울컥하다. _손세실리아(시인) 여기, 너무 겸손해서, 오히려 믿음이 가는 시집이 있다. 어설픈 처세에나 골몰하며 살아온 자신을 스스로 ‘어리석은 짐승’이라 칭하는 이 시집으로 인해 나는 부끄러웠고, 행복했다. 상처가 사람의 무늬를 만든다니… 시인이 우리에게 그려 보이는 무늬들은, 그러나 조금도 과장되거나 들뜨지 않다. 세탁소나 과일가게, 심지어 수화하는 여자에게서 발견한 무늬들은 그 볼륨이 우렁차고 깊기만 하다. 소외받고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것이 처세라면 나 또한 ‘어리석은 짐승’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으리라. 단언컨대 지금껏 그가 살아온 처세는 결코 어설프지 않다. 고로, 그의 처세는 무죄다. 단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얻기 위해 맨발로 길을 나선 박일만 시인의 여정에 동행하고 싶어진다. _고영(시인) <시인의 말> 혼돈 속에서 갈수록 내 언어는 비틀댔다 한동안 방향을 잃기도 했다 단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얻기 위해 맨발로 길을 나서보기도 했다 근원적 반성을 수없이 되풀이한 시간들, 그 많은 헛동작 중에서 흙냄새나 살 냄새 짙은 것들만 불러왔다 조촐하지만, 여기까지 왔다 사람과 사람의 등에 기대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2011년 늦은 가을 박일만 <시인소개> 박일만 시인 연락처 010-8732-8557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을 수료하였고, 2005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하였다. 2011년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지원금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사람의 무늬>가 있다. 홈페이지http://www.zaca.pe.kr/ 이메일 : zaca@gg.go.kr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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