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행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꽃잠]
(시평사, 2007년 12월)
꽃잠은 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의 고향의 아름다움과 수몰민의 아픔, 그리고 의병과 부패한 지도자에 대하여 분노와 같은 무거운 의식과 고정관념을 털어내고, 신 서정으로 무장하여은유나 압축, 생략과 승화,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 보이며, 결코 가볍지 않은 진정성과 시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서적 배경은 우울하고 슬픈 번뇌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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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의행
충주 산척에서 태어난 허의행 시인은 89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문단에 나와 충북작가,충주작가, 마음을 가리키는 시동인으로 활동하며, 97년 <달래강 설화>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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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11월 구름
일양산 오르다 만난
흰 뱀 껍질
산초나무 가지에 걸려
흔들리고 있었다
삶은 얼마나 치열한가
참나무가 재가 되어
불 올리던 봉수터 굴뚝으로
연기처럼 피어올라
흰 껍질을 남기고
하늘로 올라가
물결치는
흰 점 바다뱀이 되었으니.
그의 시는 또 그가 일관해 온 설화적 색체와 의병이 심화되면서 삶의 고립과 문명에 대한 답답함에서 응축된 정서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는 이 시집을 쓰기 위해 가을 한 철을 몰입 했으며, 시의 조탁과 함축, 과감한 생략과 상상의 기법으로 내공을 쌓았다 한다. 노랑어리 연꽃과 나무,감식초, 감악산 등은 사유와 칼질이 아직 살아있는 작품이다. 가령
꽃 잎 한 장,황홀한 4월/ 밤마다/나의 뿌리는 너를 향하고// 차가운 어둠속에서도/꽃비 그리듯/나는 외로움에 갇혀 살았다.-4월, 벚꽃등 달다와 주문진 그 바다로 빨려드는 섬세함과, 이철수의 꽃과지음에서는 단도처럼 날카로운 눈이 번뜩인다. 그의 시 달래강의 잘 익은 술냄새와 르네마그리트에 대한 명상에서 보여지는 시편들은 그의 시정신의 깊이와 치열성, 그리고 다양성에 기대가 모아진다.
그는 경계가 모호한 시, 난해함을 자랑하는 시, 이미지로 장난하는 시, 숙성이 덜 된 시를 경계하면서 앞으로의 시는 언어조직이 생동감이 넘치고, 삶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시를 써야 하며, 시인은 자기 세계를 뚜렷이 갖고 시창작의 치열함과 숙성도를 위해 수행하는 것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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