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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뿌사지고 역적이 된 사연
이응인
억장이 무너져 말이 안 나온다카이. 멀쩡하니 농사짓다가 집 뿌사지고 역적이 됐다카이. 봇짐 털리고 볼기 맞은 꼴이여.
동네 뒷산에 공장부지 조성이라카미 산에다 폭약을 팡팡 터주는기라요. 함 가 보이소. 그기 공장부지 조성인지 돌 팔아먹는 채석장인지. 세 살 묵은 얼라가 봐도 알끼구마. 그런데 그놈의 발파 때문에 동네 집들이 다 금이 간기라요. 평촌3리가 제일 심한데 집 무너질까 걱정이라요.
시청에다 신고했더니 우야는 줄 압니까? 공무원이 나와 갖고요 ‘여기 측정할 준비 됐으니 발파하이소.’ 하고 채석장에 전화 하는기라요. 그러고는 기준치를 안 넘었으니 괜찮다는기라요.
공장에서는 우야는 줄 압니까? 확 미치불끼라예. 너그가 보상해 달라고 데모해서 회사에 영업 손실이 났으니 20억을 보상하라고 소송을 냈어요. 집 뿌사지고 재산 털리게 생겼지예. 거따가 더 열받는 거는요, 무신 연합회며 회의소, 경제살리기 단체에서 “반기업정서 부추기는 자는 밀양경제 발전의 역적이다”고 온 시내 프래카드 칠갑을 해 놨어요.
우리 평촌 주민들, 농사 팽개치고 보상 받을라고 일부러 동네 집 다 부순 미친 놈 된기라예. 현대판 역적 된기라예. 이러이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겠능교. 참 기가 콱 맥히서.
― 영남루 건너 뱃다리걸에서 단식 농성 중인 평촌 1·2·3리 공해방지 대책위원장 이영학 씨.
이응인 1962년 경남 거창 출생. 1987년 무크지 《전망》 5집에 시를 발표하면서 활동 시작, 시집으로 『투명한 얼음장』, 『따뜻한 곳』, 『천천히 오는 기다림』이 있다. 현재 밀양문학회, 경남작가회의 회원이며, 밀양 세종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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