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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특별호(통권 58호)
[시]
머리
임성용
돌아보니 그가 없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소리없이 바람이 자나갔다
햇볕이 내려앉았다
타다만 용접봉이 그대로 있고
스패너와 볼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분주하게 오가는 그의 머리만 보았다
머리통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전쟁터에서 죽은 자들의 머리를 세듯
누가 똑바로 세어보고 기록해 놓았을까
목을 베어 몸통은 버리고
머리만 궤짝에 담아 소금이라도 뿌렸을까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허공
하늘 꼭대기에 아스라히 굴러다니는 머리들
도무지 몇 개인지 모르는 머리의 숫자들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몸에 복종하고 있는
정말이지 거추장스러운 몸의 부속들
못주머니처럼 매달린 그를 얼핏 돌아보니
그가 없었다, 그의 머리는 벌써
몸보다 빨리 지상으로 낙하중이었다
벽돌이 깨지듯 땅바닥에 부딪쳐
퍼억, 터져버렸다
머리가 놓친 까마득한 기억을 붙잡고
비틀비틀 일어서고 있는 몸이여, 슬퍼마라
오래도록 닳고 닳은 망치와 못의 머리도
때가 되면 가차없이 몸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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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