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명동성당에 대한 향수와 연민  
                         4대강과 함께 무너져 내린 명동성당

요즘 들어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지난 8일부터 매일 저녁 7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4대강 사업 중단 기도회—생명미사’에 아직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말기 폐암과 임파선 암, 암세포의 골반 전이 등을 잘 극복하셨던 87세 노친이 지난 10월 중순 독감 예방접종 이후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서 다시금 노친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거기에다 지역의 ‘예총회장’ 직분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 11월 18일로 예정된 ‘예술제’ 행사를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신경 쓰고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는 와중이다.

현재 노친의 병세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고, 또 다음 주 중반에는 예술제 행사도 끝나게 되니, 그 이후로는 다소 자유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그러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생명미사에 참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4대강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다. 눈물이 난다. 그런 통증을 기꺼이 하늘의 안배로 여기며 가슴 깊이 끌어안고 살면서도 무심한 듯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연일 범사 속에만 파묻혀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무관심과 태만의 죄를 계속적으로 저지르며 살고 있다는 죄의식이 참으로 무겁다.

나는 지난여름 문화예술인 1550인의 ‘한 줄 선언’에 참여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인류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덤 만들기! 토건파시즘의 광란!”이라는 절규를 했다. 나는 이 피어린 절규를 평생 동안 가슴에 피멍처럼 간직하고 무수히 반복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바람같이 지나면 치졸함과 천박함과 야만성이 뒤범벅된 MB 정권은 막을 내리겠지만, 한 시절의 비눗방울 같은 정권이 너무도 큰일을 저질렀기에, 강토를 송두리째 파괴한 그 엄청난 죄과를 수습하는 일은 두고두고 온 나라의 족쇄가 되고 홍역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이 MB에게 도깨비 보자기를 씌우고 온 나라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시각적 성공’에 환호와 갈채를 쏟아내는 서울시민들을 보는 순간 MB에게 ‘4대강 사업’이라는 /'/도박/'/ 욕구가 작용했으리라고 믿는다. 아울러 4대강 사업 자체를 거대한 ‘도박판’이라고 정의한다.

천문학적 거액의 판돈이 움직이는 MB의 야심만만한 4대강 도박에 온 나라가 놀아난 형국이다. 역사 이래 가장 규모가 큰 무덤에 무너져 내리고 함께 묻히게 된 것들이 너무도 많다. 함께 무너져 내린 것들의 세목을 일일이 적시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 명동성당 / 예수상 아래에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에 항의해서 기도하며 새긴 서각이 놓여 있다.  
ⓒ 한상봉  / 명동성당

함께 무너져 내린 것들 중에는 ‘명동성당’도 있다. 과거 명동성당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고, 모든 양심세력의 심장이었다. 그런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만큼 명동성당에 대한 연민과 향수도 짙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의 역사 속에 자리하는 그 엄연한 사실과 상징성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가치다.

하지만 명동성당의 이른바 사목위원이라는 사람들은 포괄적인 사고능력과 의식수준을 지니지 못했다. ‘MB시대’에 잘 어울리는 교회보수화, 중산층화의 표본들일 뿐이다. 그들의 경박하고 천박하고 명박스러운 진면목은 지난 4월 4대강 문제와 관련하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도를 하는 사제들을 물리적 방식으로 몰아내는 사상 초유의 과감한 행동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신자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도를 하는 사제들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몰아낼 수 있을까? 그때부터 명동성당 사목위원들과 교구청 직원들의 그런 거친 행동의 근원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있다는 시각이 한국교회 전반에 두루 퍼졌다. 실로 창피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MB의 4대강 도박은 2012년, MB의 임기 내에 ‘시각적 완공’을 본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시각적 효과’ 때문에 MB는 일시적 성취감에 취흥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각적 완공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즉흥성과 도박성을 지니고, 거짓말과 억지와 무리를 있는 대로 다 끌어안고 강행한 일이기에 엄청난 규모의 뒤탈이 따를 것은 당연지사이며 명약관화한 일이다.

겨우 5년을 유지할 뿐인 MB정권이 저지른 엄청난 규모의 국토훼손, 강토파괴 문제는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 매우 복잡한 갈등구조를 만들어내고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MB정권의 4대강사업 강행이 임기 내 ‘시각적 완공’ 쪽으로 가든 다른 변수를 낳든 간에, 우리의 역사 안에 자리하게 될 4대강 사업에 관한 수많은 사건과 담론들 속에는 명동성당 사목위원들과 교구청 직원들이 하느님의 창조질서와 생명과 환경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사제들을 물리적 방식으로 몰아낸 그 ‘패악’도 길이길이 음영을 발산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자리를 잡을 것이며, 서울대교구도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워낙 연로하신 분이라 분별력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듯싶으나, 서울대교구 차원의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4대강 사업 중단 기도회—생명미사’가 매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것은 각별한 뜻과 상징성을 지니는 것이지만, 한국교회의 중심인 명동성당에서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도 존재한다.

한국의 양심세력이 이제는 명동성당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명동성당에 대한 향수와 연민을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끌어안는 시간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부자교회의 표본이 되어 가고 있는 명동성당의 자성을 위해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 매체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명동성당에 대한 향수와 연민 - 오마이뉴스
태그/ 명동성당, 국토훼손, 정진석 추기경, 4대강 파괴
ⓒ 2010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