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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이 달 말(9월 28일~10월 1일)에 예정돼 있는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기영 선생님의 도움이 그 무엇보다 필요해 무례하나마 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이번 수학여행의 주제는 제주 4. 3 항쟁입니다. 환상의 섬(?) 제주도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아이들이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을 빌어 접근하려고 기획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역사기행이자 문학기행인 셈입니다.
비록 행정적인 절차가 까다로워 여행사에 위탁해서 가는 것이지만, 주제는 물론 코스 하나하나를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구성하였고, 운영할 예정입니다. 답사도 미리 다녀왔고, 그 과정에서 4. 3 유족회와 평화공원의 도움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학기행의 성격이라 일정 중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저자와의 만남/'/입니다.
현재 제주에 살고계시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잖아도 바쁘실 줄 알면서도 굳이 선생님을 모시려는 뜻은... 물론 100% 다 읽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국어 수업시간 등을 통해 수업 자료로 활용한 터라 저자와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시나브로 잊혀진 4. 3을 후세에게 알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믿습니다.
제주에 친인척 한 명 두지 않았지만, 제가 4. 3에 천착하는 이유는 이태 전 홀로 떠난 제주 여행 때 우연히 술자리에서 뵌 유족 한 분으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광주는 좋겠어, 국립묘지로 승격도 됐지, 민주화유공자로 인정 받고 보상도 받았으니..."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단순한 시샘이 아니라, 피해자끼리의 반목 같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곳도 아닌 광주라면, 또 아이들이라면 제주를 알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부디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도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4. 3을, 아니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현기영이라는 이름을 통해 제주 4. 3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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