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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죽어 있었다
최 기 종
밥 먹으라고
아내가 깨웠다.
십 분만 하면서 돌아누우니까
소치는 아이 취급하면서
어르고 달래고 장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뒷산 다녀온 소담을 늘어놓는다.
거기 어른들이 왜 혼자 왔냐고 물어서
술 마시고 늦잠 잔다고 하니까
혀를 끌끌 차면서
잔소리 해대야 일찍 들어온다며
불편하게 강다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식전에도 아내는 산책 가자고
나를 깨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잠에 취한 나를 두고
혼자서 뒷산에 올랐을 것이다.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내가 혼자서 뒷산을 오를 때 나는
서쪽 하늘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을까?
아니면 지하에서 중생계 순번을 타고 있었을까?
어떻든 그때 나는 죽어 있었다.
아내는 육십갑자를 돌고 돌아서
나도 없는 한 생을 살다 온 것이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귀청을 때리는 아내의 노랫소리
섬광처럼 혼백이 돌아온다.
저승버짐 번지고
썩어 문드러진 내 얼굴에도
또다시 생피가 돌고 새살이 돋는다.
* 가수 김광석의 ‘일어나’ 노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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