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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태기
염감태기가 아니더라도 눈에 콩깍지가, 욕심이란 콩깍지가 끼이면
인생역전을 한 것 같은 배짱이 생기는 건가.
인생역전이라도 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땅 한 평에 몇 천 원 하던 시절
돈 좀 있어서 몇 백 평 땅을 샀고
여느 시골집과 다름없이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고
지붕에다 슬레이트를 얹어서 집을 지었다.
그리고 몇 십 년 동안 살아서 동네 토박이가 되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개발붐이 생기면서 집값이 오르고 하더니
덜컥 건설회사에서 땅을 시가보다 약간 비싸게 쳐줄테니 팔라고 했다.
그때부터 그 영감태기는 녹슬어서 내버려 두었던 머리를 굴리고 굴렸다.
그래서 땅을 팔 듯 안 팔 듯 약을 살살 올리면서 건설회사 사장을 긁었다.
그렇게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에 건설회사 사장은 영감태기 주변 집과 땅을 매입했다.
만화 속의 얘기처럼 재미있고 황당한 것은
건설회사 사장이 그 영감태기 집을 매입해서 공원을 조성한다는
조건으로 아파트 건축허가와 분양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들은 카탈로그에 나와있는 조감도를 보고 분양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영감태기는 집을 팔지 않겠다고 버텼다. 알박기를 한 셈이다.
2억부터 시작되었던 흥정가는 50억으로 뛰었다.
50억, 말이 50억이지. 영감태기가 죽었다 깨어나도 만지지 못할 돈 50억
영감태기는 흐흐흐 웃으면서 여생을 멋지게 살아볼 궁리를 했는지
엔조이를 할 여자를 고른다는 것이 알짜배기만 빼먹는데 한가락하는
공인중개사 여자를 골랐다.
이참에 나도 한 번 팔자를 고쳐보겠다는 그 여자는 영감태기한테 요렇게 이렇게
코치를 하면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흥정가를 100억으로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100억원에서 조금만 더 받자면서
영감태기 집을 은행에 저당잡혀 놓고 7억원을 빼내 영감태기와 같이
질펀하게 놀아났다.
보다못한 할망구는 영감태기한테 정신차리하고 했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영감태기는 걸레짝처럼 보이는 할망구 다리몽뎅이를 부러트렸다.
염감태기한테 생활비를 얻어 쓰는 무능력한 자식들은 100억원에서 떡고물을 챙기려고
나몰라라 했다.
계약자 입주일은 다가오고 영감태기는 100억원에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면서
집을 팔 듯 안 팔 듯 계속 약을 올리고
그래서
나도 열받았다 너만 배짱 있냐 나도 배짱 있다, 는 콩깍지가 눈에
끼인 건설회사 사장도 위약금을 물더라도 영감태기 집은 안 사겠다고 뻗어버렸다.
결국 아파트 단지 안에는 조감도에 나와 있는 공원이 조성되지 못했고
건설회사 사장은 계약위반으로 입주자들한테 위약금을 물었다.
황금알을 낳으려다 메추리알도 낳지 못한 영감태기는 나 망했다, 고 드러누웠다.
여자는 도망갔고, 연체이자도 갚지 못하게 될 집은 인기없는 경매물건이 되어
계속 유찰되고 있다.
영감태기 가족은 해체되었다.
아파트 단지 구석에 처박혀 있는 영감태기 집은 흉물이 되어
쳐다볼 때마다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는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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