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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병동에는 햇살이 잘 든다
최기종
46병동에 가면
금빛으로 은빛으로 햇살이 잘 든다.
창이란 창마다 여명이 찾아들고
물밀듯이 햇살이 밀려오면
주름살이 펴지고 손발이 살아나고 말문이 열리고
침상 밑에 숨었던 걱정거리도 사라진다.
46병동에 가면
사막의 오아시스를 볼 수 있다.
맑은 샘물이 솟아나오고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타조가 춤추고 낙타가 되새김질하는
46병동에 가면
신기루처럼 사막의 오아시스가 저만큼 펼쳐진다.
46병동에 가면 뜨거운 모래밭에
급한 발자국들이 동으로 서으로 흐르고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들이 반긴다.
아픔이 깊어져 희망이 샘솟고
눈물이 깊어져 웃음이 피어나는
46병동에 가면
이슬방울들이 맑은 산소가 된다.
46병동에 가면
거룩한 전쟁을 볼 수 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싸움도
함께 사는 길 찾으면 싱거워진다고
육신을 괴롭히고 침범하는 불청객이라도
밥을 주고 술을 주어서 보낸다는
46병동에 가면
하얀 결빙이 정신을 새롭게 한다.
46병동에 가면
몸 깊는 곳에서 악의 꽃이 피어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지
밤이면 밤마다 물을 주고 양분을 주어서
수지맨드라미 나풀나풀 춤추게 하는
46병동에 가면
목숨까지 나누는 영혼의 오아시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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