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사진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잘 나가는 출중한 작가 명색은 아니지만 원고료 수입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나이 먹고 별 볼 일 없는 지금도 종종 고료가 생긴다. 공들여 글을 짓고, 활자화된(승화된 느낌을 주는) 내 글을 읽어본 다음 글 값을 받는 일은 그대로 내 삶의 활력이 된다.

▲ /'/검은여/부석/'/ 표지석 /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와 태안군 남면 진산리 사이, 천수만 B지구 한복판에 있는 /'/검은여/뜬바위/'/를 오늘도 지키고 서 있는 표지석  
ⓒ 지요하 / 표지석

수입이 많건 적건 언제나 신선한 느낌을 주는 그 활력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심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가끔은 원고료 외의 수입이 조금씩 있었다. 내 글이 어디에 ‘재수록’ 되면서 받는 별도의 고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입이어서 공돈이 생긴 듯한 느낌도 들었다.

라디오나 TV에 출연하여 적은 금액이나마 품값을 받은 적들도 있고, ‘심사료’를 받은 경험도 제법 많은 편이다. 세미나 같은 행사에 가서 주제 발표를 하고 품값을 받은 경험도 몇 번 있다.

엄청난 인세 수입으로 자못 부(富)의 성채를 쌓고 사는 스타급 작가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되지만 인세 수입도 약간은 있었다.  

가장 소중하게 기억되는 일은 선친의 유고 동화집을 출간하고 뜻하지 않은 약간의 수입을 올린 일이다. 선친의 묘소 앞에 유고 동화집을 놓아드리고 절 한번 올리고 싶은 마음만으로 인세 계약 없이 책을 만들었는데, 인세 수입은 전혀 없는 가운데서도 여기저기에서 선친 작품들을 수록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 ‘사용 승낙’을 하니 적은 금액이나마 ‘사용료’가 오곤 했다.

과중한 ‘보증빚’에 짓눌려 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생면부지인 여러 기업체들의 사보(社報) 편집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한테 ‘콩트 청탁’을 좀 달라는 ‘구걸’을 했다. 그러고는 매월 콩트 몇 개씩을 쓰느라 진이 빠지기도 했다. 그때 이승에 계시지 않는 선친이 벌어주시는 금액은 신기한 선물이기도 했다.

이렇게 삼류작가 처지에서도 작가 명색과 관련하는 이런저런 수입의 실체를 접하며 살아오던 중 2001년부터는 종이 매체가 아닌 인터넷 매체로부터 고료를 받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것이 계기였다.

물론 종이 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청탁과 상관없이 내 임의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그 글이 정식 기사로 채택되어 지면에 오르게 되면 규정 금액의 고료를 받게 되니, 종이 지면들에 종종 고료 없는 글도 쓰고 사는 처지에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매체에 글을 쓰고 고료를 받는다는 것 역시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편당 고료야 얼마 되지 않지만, 오마이뉴스에 비교적 글을 많이 쓰는 처지에서는 고료를 좀 모았다가 수령하면 꽤 돈이 되곤 한다.

▲ /'/검은여/뜬바위/'/들 중의 일부 모습 / 검은 빛깔이어서 /'/검은여/'/라 했고, 바닷물 위에 노상 떠 있는 것 같아서 /'/뜬바위/'/라 했다. 지금도 옛날의 바닷물을 그리워한다.  
ⓒ 지요하 / 검은여

그런데 나는 오마이뉴스 덕에 최근 ‘사진 사용료’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나는 사진 전문가가 아니다. 오마이뉴스에 처음에는 글만 올리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여 몇 년 전부터 이미지도 함께 올리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내 컴퓨터에 꽤 많은 사진들이 저장되었고, 내가 직접 찍었거나 다른 데서 구해다가 사용한 사진들에 애착을 가지게도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글과 함께 올릴 이미지가 필요해서 사진들을 찍었을 뿐이지 내 사진이 돈이 되는 수도 있다는 것은 한 번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인터넷에 오르는 이미지들에도 ‘저작권’이라는 것이 따라붙어 남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찍어 글과 함께 올린 사진들에도 그것이 결부되어 ‘사용료’라는 이름의 돈이 오리라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내게 실제로 생겨났다.

나는 2005년 9월 27일 오마이뉴스에 <바다는 사라졌어도 /'/뜬바위섬/'/은 그대로 있네>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 지역(충남 태안/서산)의 풍물들과 정취를 소개하는 여러 개 글들 중의 하나였다. 사라진 바다 ‘천수만’의 바닷물을 그리워하는 글이기도 했다.

그 글에는 여덟 장의 관련 사진이 곁들여졌는데 그중 세 장이 바위를 찍은 사진이었다.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에 속한 ‘검은여(뜬바위/浮石)’에 관한 글이니 바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진이 꼭 필요했다.

그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잉걸’ 기사로 처리되어 3천 명 정도가 읽었다. 별 소득이야 없었지만, 고향에 몸을 놓고 사는 작가 명색으로서 우리 고장의 풍물 한 가지를 소개하면서 잃어버린 자연환경에 대한 그리움 하나를 글로 간종그렸다는 ‘의무 이행’ 같은 것을 챙길 수 있었다.

그 글을 쓴 때로부터 어느새 햇수로 5년 세월이 흘렀다. 여기에서도 또 한번 세월 빠름을 절감한다. 잠깐이고 또 순식간인데, 그때가 5년 전이라는 사실에 절로 아연해지는 심정이다.

지난 3월초 ‘문학동네’ 어린이팀장이라는 이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이 ‘문학동네’여서 처음에는 콧대 센 문학지가 나같이 나이 먹고 별 볼일 없는 작가에게 ‘원고 청탁’을 하는 걸까? 설마겠지 싶으면서도 더럭 긴장감을 안았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전혀 뜻밖이었다.      

안녕하세요, 문학동네 어린이팀 000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책 (가제)<역사와 문화를 들려주는 돌 이야기>에
선생님의 사진 2컷을 넣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2005년도에 오마이뉴스에 실린, /'/검은여/'/ 사진인데요.
허락해 주신다면 고해상 사진을 받았으면 합니다.

▲ /'/뜬바위/'/의 특이한 / 표면 옛날 천수만에 바닷물이 들고 날 때는 바닷물을 머금기도 하고, 바닷물 위에 둥둥 떠서 노니는 듯했던 바위다.  
ⓒ 지요하 / 뜬바위

이어서 “사진 사용료는 내규상 1컷당 3만원씩 드릴 예정”이라는 말과 “약소하지만 본문 안에서 일러스트와 함께 작게 들어가는 사진이므로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구매하고 싶은 사진 2컷은 ‘검은여’라는 글자가 새겨진 돌 기념비와 검은여 자체를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제가 따로 첨부하는 사진을 보시면 아실 것 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마이뉴스에서 복사해 온 사진을 첨부해서, 나로서는 정말 쉽게 5년 전 글을 기억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를 들려주는 돌 이야기>는 “돌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도록 집필된 책”이라는 간단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초등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인문교양서”라고 했고, “3월 말쯤에 출간될 예정이고, 책이 나오면 책도 보내 드리려고 한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나는 즉시 내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 중에서 ‘검은여’ 사진들을 찾아서 여러 장 보내 주었다. 오마이뉴스에 올린 사진들은 크기 조절을 해서 종이 지면에 사용하기는 적합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크기 조절을 한 사진들 외로 원본도 그대로 저장되어 있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그 후 나는 그 일을 거의 잊고 지냈는데, 4월 말쯤 문학동네 어린이팀장에게서 내 주소와 계좌번호를 묻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1만 년 역사와 문화를 들려주는 돌 이야기>라는 책 한 권을 받았고, 6만원의 사진 사용료를 받았다.

▲ 돌 이야기 책 / 이 책 안에 내가 2005년 9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글과 함께 올렸던 사진 두 장이 수록되었고, 내게로 /'/사진 사용료/'/가 왔다. 스캔을 하지 못하고 디카로 찍어서 돌무더기에 빛이 생겼다.  
ⓒ 지요하 / 돌 이야기 책

인지상정, 당연지사로 내 사진이 들어 있는 부분을 쉽게, 가장 먼저 찾아서 사진도 보고 글도 읽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다른 이에 의해 종이 책에 인쇄되기는 처음이라는 그 ‘사실’이 묘하게 신기한 느낌을 갖게 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내가 만드는 책에 사용한 경험은 여러 번이지만, 다른 이에게 사용 허락을 한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또 인터넷 매체에 올린 사진이(그것도 5년이나 경과한 시점에서) 다른 이에게 발견되어 종이 책에 사용되고, 거기다가 사용료라는 이름의 금액까지 받게 되었다. 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인 만큼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도 받고 사용료 입금 확인도 한 날 저녁 나는 요양병원에 가서 노친께 그 사실을 말씀 드렸다.

“어머니, 오늘 나헌티 공돈이 생겼슈.”
“공돈? 무슨 공돈인디 그려?”
“많지는 않유. 6만원밲이 안 데지먼, 글 고료가 아닌 사진 고료라는 걸 오늘 츰 받었슈.”
“사진 고료라는 게 뭐랴?”
“옛날 오년 전이 오마이뉴스에다가 무슨 글을 올리면서 사진두 몇 장 올린 일이 있슈. 그런디 그 사진을 워디서 책 맹그는디다가 쓰겄다구 헤서 그러라구 헸더니, 사용료를 6만원 보냈슈. 나루서는 생각두 뭇헸던 일이니께 완전히 공돈이 생긴 거지유, 뭐.”

내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던 노친은 잠시 후 이런 말을 했다.

“사용료를 받은 거니께 완전히 공돈은 아니구먼 그려.”

그러자 앞 병상에 계신 할머니들 중 한 분이 맞장구를 쳤다.

“그류. 할머니 말씀이 맞유. 공돈은 아니네유.”

“그렇기두 허네유. 해간 공돈이나 다름읎는 돈이 생겼으니께, 그 돈으루다가 내일일랑은 어머니도 좋아허구 할머니들두 좋아허시는 만두허구 순대를 사다 드릴게유.”

나는 노친과 그 할머니의 사리분별력에 내심 감탄하면서, 또 노친의 몸 상태와 정신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더욱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10.05.18 14:41 ㅣ최종 업데이트 10.05.18 14:41
태그/ 사진 사용료, 공돈
출처 : 난생 처음 /'/사진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 오마이뉴스
ⓒ 2010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