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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에 대한 보고서
최 기 종
함선 침몰 원인이 중구난방이다.
내부폭발이니 암초에 부딪혔다니 피로파괴니
북 잠수정의 소행이거니 아군 함정의 오인 사고거니
어뢰니 폭뢰니 기뢰니 유실 기뢰니
당국이 하도 오락가락하니까
비꼬는 말로 UFO가 그랬다느니
날아가던 철새의 똥을 맞았다느니
남북이 나뉘고 동서가 나뉘고 좌와 우가 갈려서
함선도 하중 때문에 함수와 함미 둘로 나뉬다느니
이런 설과 설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해저에서는 없는 죄를 만들어댔다.
있는 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기도 하고
기정사실을 사실이라고 밝히지 못하니까
미네르바가 대통령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돈 받은 의자가 기소되는 어처구니도 생겼으며
조인트를 까는 큰집의 윗사람이며
작두를 휘두르는 망나니들의 폭뢰가
거대한 구축함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고 했다.
38도선 갈라진 한반도에서
함선의 침몰 원인은 중구난방이다.
국익을 위하여 극비사항이라고 했고
책임져야할 윗선 때문에 사실이 묻힌다고 했다.
함선 인양작업이 자꾸 늦어지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날씨 관계나 해류 문제 때문이라고 했고
한쪽의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북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적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부유물질처럼 증과 증이 파도타기를 했다.
절단면이 고대구리 그물에 가려지고
구사일생 장병들은 함수의 현모양처였다.
색안경을 쓴 눈들이 함미를 핍박했다.
전사자는 수병뿐이었다.
함장의 작전명령을 따라서
생존자는 모두 함수에서만 나왔다.
‘살아서 미안하다’는 자책이 방울졌다.
침몰 시간대가 통제되지 않는다.
날아가는 새떼를 향해 총질하면서
입을 막고 귀를 막고 손을 묶는다고
사리 때 물살이 기승을 부린다고
북행열차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쇠줄에 묶인 함미가 들어 올려지고
76미리 함포도 하푼 미사일도 어뢰 발사대도 해수면으로 드러나고
연돌이 사라지고 레이다실 출입문이 뜯겨진 채
급격히 잠겼던 함미가 바지선에 탑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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