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앉아 강혜숙이 내주는 은행을 까먹는데,
밥상에 놓인 밥그릇 반찬그릇 물그릇들이 모두 내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도자기 그릇들이었다.
“이 그릇들이 누구 작품인가요?” 물었다.
“아내가 만든 겁니다.”
남편 황현산이 도예가 아내 강혜숙이 빚은 것이라고 여전히 수줍음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 그녀가 보낸 상자 속엔 손으로 빚어 사람 느낌이 고스란히 스며든 도자기가 있었다. 찻잔과 밥그릇과 접시와 사발, 밥공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기뻐서 전화를 했더니 공방이 집 근처에 있다고 놀러오라 했다.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의 바로 찻길 건너 편,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 점포 하나를 세 얻어 그릇을 만든다고 했다. 공방을 무시로 드나드는 길고양이와 길고양이를 대하는 강혜숙의 태도에 놀라 한시도 심심하지 않았다. 흙을 빚고 물레도 돌리고 틈틈이 고양이의 밥과 물과 간식을 챙기고,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으면 골목으로 나가 이리저리 살피는 여자. 의자 여기저기엔 고양이털이 붙었고 그는 개의치 않았다. (...)
두 사람에겐 또 하나의 집이 있다. 포천이다.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작은 개울로 흐르는 둔덕에
미군부대가 철거하며 남긴 것으로 집을 지은 창고형 별장(?) 혹은 공방이다.
공기는 맑고 새와 벌레와 풀과 나무와 짐승들이 다 함께 사는 곳.
일단 그곳은 자연스럽고, 그 자연을 누구도 간섭하거나 훼손하거나
모욕하지 않아 평화스럽다. 별장이라고 하기에는 창고 같고,
창고라고 하기엔 그 안에 든 것들이 너무 소중하다.
가령 도예가의 가마와 도예가가 절대로 남의 손에 넘기고 싶어하지 않을 작품들.(…)
<낮에 잃은 것을 밤에 찾기> ‘이웃집 남자, 황현산’ 중에서.
(소설가 이경자)
포천 산골짜기 두문지슭에서 40년이 넘게 도자기를 만들어온
강혜숙 작가의 도자기를 살 수 있는 온라인 몰이 생겼습니다. (네이버에서 '몽리그릇' 검색)
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