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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여러분, 영웅 ‘헤라클레스’가 되어 주십시오.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전쟁터처럼 위험하고 열악한 지하막장에서 지난시절 열심히 석탄을 캔 대가로 가슴에 진폐증이란 훈장을 달게 된 산업역군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들은 2007년9월부터 2년에 걸쳐 처절한 생존권투쟁을 벌였습니다. 여섯 차례의 대규모궐기대회, 투쟁지도부의 삭발식, 31일간의 치열한 단식투쟁 등 불굴의 투쟁을 통해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며 절규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3월말 경에 국회에 상정될 예정입니다.(3만여 진폐환자들 중 약 1만3천여 명이 월40만 원 이상의 ‘기초연금’혜택을 받게 됨)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고는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날마다 간을 쪼이는 형벌에 처해졌습니다.(그런 프로메테우스를 구한 영웅이 바로 헤라클레스) 그렇듯 광부들은 지난날 지하막장의 불(석탄)을 캐내 우리들이 가난했든 시절 뜨거운 국과 밥을 만들고 엄동설한 구들장을 덥혀준 대가로 진폐증에 가슴을 송두리째 내주어야했습니다. 연탄이 시에서나 이따금 등장하는 소품으로 전락한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져가듯, 어제의 산업전사들도 이제는 세상으로부터 까맣게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전문)
어제의 산업역군을 ‘연탄재만도 못한 취급’에 절망한 진폐환자들의 아픔을 이 시대 마지막양심인 작가들마저 외면해서야 되겠습니까?
돌이켜 보건데 진폐환자들은 그동안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들의 힘만으로 ‘진폐법개정(안) 국회상정’을 목전에 둔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회심의 과정에서 ‘경제위기’에 따른 예산절감(산재기금)을 이유로 이들의 피눈물과 인권이 또다시 외면당하고 법안이 천덕꾸러기 취급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직업병 진폐환자문제’에 우리 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여, 광부출신인 저 성희직 회원이 한국작가회의 원로, 선후배님들께 간절한 마음으로 신문고를 울립니다. 이후 법률개정 시 진폐환자들의 바램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대정부건의서’를 만들어 한국작가회의 차원의 ‘서명작업’ 등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3만여 진폐환자들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놓는 여론을 만들고 힘이 되어주십시오.(지난 1월31일 총회 때 공개 제안한 내용임)
한국작가회의 회원여러분께서 ‘검은 폐를 가진’ 진폐환자들을 세상막장의 절망에서 구출할 영웅 헤라클레스가 되어 주십시오!! 하루하루 돌덩이로 굳어져가는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의 가슴 가슴에 ‘작가/'/들이 영웅 헤라클레스로 기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추신)
대정부건의안 초안은 다음 주에 작가회의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받고 싶으신 분은 성희직 회원(휴대폰 : 010-8793-2050) 에게 연락주시면 화남출판사에서 발간한 투쟁백서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을 비롯한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성 희 직
한 때는 밥이 되어준 지하막장에서
또다시 세상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진폐환자들
가래 끓는 목소리로 핏빛분노를 토해낸다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광화문에서 태백으로 이어진 ‘갱목시위’
한손엔 연탄을 다른 손엔 삽과 곡괭일 들고서
투쟁대열의 선두에선 저들은 누구이든가!
지하막장 검투사 되어 날마다 저승사자와 싸워온
불굴의 산업전사가 아니던가 진짜광부들이 아니던가.
힘 있는 사람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으로도 모자라
떡값이다 뇌물이다 배가 터지도록 챙겨 먹는 세상에
살길을 찾겠다며 도리어 밥숟가락을 놓아버린 사람들
사즉생의 눈빛에선 불꽃이 튄다.
오랜 세월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가난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처절한 생존권투쟁이다
단식투쟁에 동참한 천막 속 불굴의 산업전사들
사생결단! 구호와는 달리 다들 환한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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