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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화문-촛불집회기념시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름 임백령 이메일
첨부 광화문-촛불집회기념시집표지사진.jpg (121.8K)
첨부 변환_변환_전창옥시인임백령시인.jpg (147.5K)





『광화문光化門-촛불집회기념시집』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전창옥·임백령 시집


 2017년 3월10일 탄핵이 인용되고 촛불혁명을 완성하던 날, 촛불집회기념시집이 하나 배포됐다. 여러 사이트와 지인들에게 두 시인이 PDF파일 형태로 공개한 것인데, 10여 일 뒤 역사적 순간을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에 종이 시집을 간행하기로 결정하여 『광화문-촛불집회기념시집』(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건지시인선03)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전창옥 시인이 10편, 임백령 시인이 51편을 내어 뜻을 합한 시집은 지방에서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15회에 걸쳐 참여하면서 얻은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완성한 것이다.
 촛불집회 기간 중에 시인들이 한 편씩 모은 작품집이 몇 권 나왔지만 두 명의 공동시집으로 선보인 경우는 처음이다.
 전창옥 시인은 준엄한 신의 목소리로 촛불집회 세력의 단호함을 대변한다. 정의와 자유의 절대적 가치가 지향하는 높은 곳에서 세속의 불의와 음모를 꾸짖는다. 혼란스러운 인간 세계를 일갈하는 목소리는 그 울림이 크다.


올려라 올려라
천만 개 난타의 등불
거리에 넘쳐 성벽을 넘어
캄캄한 네 침실로 흘러가니
커튼 걷어 맞이하라


가증스런 초상화 불에 타고
숨소리 멈출 순간 여기 서 있으니
새벽 오기 전
궁궐의 높은 계단
두 무릎으로 기어 내려와
너,
저잣거리에 사지로 꿇을 것이니


우린 고르디우스 매듭 끊었던
최후의 카인
용서하지 말라는 언어를 받아
제단에 칼을 던지니
들어 베어라
간교한 혀와 흐벅진 가슴을


거짓의 적의(翟衣)를 벗고
그 속 곪아 무너지는 몸뚱이
백정의 뜰에 버려
머리 풀어 고하여라
자궁 깊게 숨겨 길렀던
폐족의 위선과 이력을
 
밟히지 않으려 움트는 함성
어둠을 이기려 커지는 횃불
곡선으로 둥글지 않고
어디에도 없어 모든 곳에 있는


그리하여 꺼져 가는 숨통
네 눈물로 채워진 이 밤의 독배
마셔 마르지 않게 하리
우리의 등불로
(「미생(未生)들 칼을 뽑다」 전문, 전창옥)


 그의 작품은 첫 시집과 마찬가지로 사유의 세계가 넓고 깊은 상징성을 지닌다. 그가 풀어내는 분노와 절망은 오히려 세상을 넉넉히 품으려는 사랑의 폭을 느끼게 한다. 


광화의 너른 들녘에 앉아
인왕산 보름달을 맞으며
불멸의 빛을
그 빛의 화염을 본다


너무 커서 밖이 없고
작아서 오히려 안이 없는
우리의 문턱값으로
천지에 쥐불 다시 지피고


지독한 폭력과 혼돈 앞에
죽창과 칼을 벼리던 여인
이소사를 생각하며
울다 
(「동학, 2017」 전문, 전창옥)


죽음이 죽음을 목말라 할 때
당신은 죽음을 죽음으로서
아예 내주지도 않았지요
아직도 말끔히 지우지 못한
우리의 숨결이 낮은 소리로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화려한 공화국」 부분, 전창옥)


 절망에서 비롯된 울분이 농단의 세상과 그 주역들을 향해 저주의 선언을 퍼붓기도 하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자들을 추상같이 꾸짖는다.


폭풍으로 천지를 무너뜨리고
폭우로 강물을 지워버려라
번개의 불로 만년의 눈을 태워
사막에 불을 지르고
폭염으로 바다를 말려버려라


그리하여 남은 우리들
최후의 날 화염의 종소리로
듣지 않는 자들 귀를 멀게 하고
말하지 않는 자의 입을 벌하리라
(「면벽(面壁)의 그들에게」 전문, 전창옥)


 부정한 자들에게 던지는 풍자와 조롱도 오히려 진중함으로 다가오는 역설적 미학을 체험케 한다.


외무부 청사 뒷마당
가판대 생선들
땡볕에 놀라


욱일기 성조기 꼬리에 두르고
아가미 치켜들어
사막에 모이다   


비릿한 바람
낮닭이 깨어
횃대에 올라앉아 울어 대고
(「종로 육의전 」 전문, 전창옥)


여긴 구름 위 마리의 궁전


천만 농민군
백일 싸움으로 지친 대낮
오방색 커튼 뒤에 숨어
왕비는 전리품을 나눈다


구름 아래로 끓는 사막
함성이 도가니보다 뜨거운
천만군 무리가 몰고 오는
연옥의 쓰나미 위에서
(「교활한 배분」 부분, 전창옥)

 


 임백령 시인은 촛불집회 기간 중에 전상훈 씨가 이끄는 시민나팔부대로 활동했다고 한다. 부부젤라 나팔을 불며 누볐던 경험의 현장성이 시 작품 곳곳에 배어 절망과 분노와 희망과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노래로 울려 퍼진다.

 

경복궁 건춘문 앞 학고재갤러리 지붕 위에 설치된
이용백 작가의 사이보그 형태의 피에타상을 지나면


나팔 불고 삼청동 청와대로 가는 분노의 무리들이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다.


살려 내라 살려 내라 죽은 예수를
죽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살려 내라고 부르짖는다.


인간의 선한 의지를 짓밟는 로마의 율법과 폭력
자행된 비극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일어선 마리아


골고다 언덕을 내려와 로마로 간다.
경찰이 막아선 청와대 저지선을 향해 간다.
(「피에타상」 전문, 임백령)


 백남기 농민의 희생부터 시작하여 촛불혁명의 완성까지의 과정을 발로 직접 뛰는 종군기자처럼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간다 해남에서 간다 진주에서
트랙터를 몰고 동군 서군 서울로
거두어들이지 못한 분노의 마음들
땅속에서 뛰쳐나와 이랑 길 뻗는다


동학 농민 발길 좇아 사흘 낮 사흘 밤
일백 몇십 년 후 우듬지에서 한 모금
샘물 얻어 마시고 기름 한 바가지 받고
상여 길로 돌아온 한 농민의 상경 길


서리 내린 들판의 함성을 뚫고
뒤에서 밀고 오는 까마귀 떼들
돌아보지 않고 간다 외길을
갈아엎는 것이 어디 농토뿐이랴


땅속에 심어 거두는 울분의 씨앗
창고에 쌓아 둔 헐값의 피땀을
갈아엎기 위해 모여서 서울까지
머나먼 해남에서 진주에서 간다
(「트랙터」 전문, 임백령)

 
 출발하여 돌아오는 과정에서 느낀 것, KTX를 타고 오가며 쓴 시상들, 광화문 삼청동 효자청운동에서 시민나팔부대로 활동하며 보고 생각한 것, 광장에서 얻은 체험과 감동들, 그야말로 촛불집회의 생생한 시선과 발걸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지금은 세상 밖을 혼자 가야 합니다.
먼 나라 아가씨인 양 치어다보며
광화문 지붕으로 올리는 거친 소리
공중에 두 주먹 불끈 쥐어 뽑으며
큰 길을 망나니처럼 돌고 돕니다.
스쳐도 닿지 않는 인연의 고운 옷자락
광화문 단청 같은 치마폭에 소리를 감싸
사뿐히 돌아보기도 하는 아가씨여.
(「광화문 돌담길 아가씨에게」 부분, 임백령)


인사동 성냥간에 가서 칼이나 만들어서
광화문 돌바닥에 시퍼런 서슬을 갈고 갈아
이 세상에 없는 모가지를 자르러 가자
따르는 바람에 머리털 날리며 망나니가 되어
시구문 밖에 나가 원통한 놈의 붉은 피를
옷에 물들여 우리 얼굴 숨기고 가자
(「광화문 망나니가 되어」 부분, 임백령)


아, 길이 없다. 백만 촛불집회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벗어날 틈이 없다.
단단히 결합하여 금강석보다 강한 밀도로
어둠 속에 펼쳐 놓은 길 하나가 어둠을 물고
결단코 풀리지 않아 빠져나갈 빈자리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자리 채우고 다른 자리
내가 채우며 앞으로 좌우로 흔들릴 뿐
그렇게 열어 가는 것이 길임을 알았다.

(「밀도」 전문, 임백령)


 촛불집회기념시집 한 권 속에 모은 고뇌와 열정을 통해 불우한 시대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기념시집이라기보다 증언시집이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오랜 뒤 이 거리의 돌바닥은
위대한 전사들의 싸움을 증언하리라
그들의 끝없는 대열 끓어오르던 외침
분노의 붉은 주단이 걷혀질지언정
누구든 걸어가 보라 몸안으로 들어와
손길로 더듬어야 할 역사의 회랑처럼
불멸의 전사들의 거침없는 진격
무수한 장면들의 부조에 도취하리라
(「증언」 부분, 임백령)


 시집 뒤의 ‘후기(後記)’는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함께 촛불집회 현장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 ‘조선 팔도 길거리에 붙이는 방’에서는 남북화합과 인간이 대접받는 세상을 끔꾸는 소망이 덧붙어 있다.
 한 장 한 장 촛불집회의 감동을 돌아보고 정의와 국민주권의 가치를 되새겨 보면서 우리가 거쳐 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혔던 불꽃의 뜨거움을 서늘한 마음으로 품어 볼 일이다.
 전창옥 시인은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西片門(서편문)을 나서다』를, 임백령 시인은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거대한 트리』를 낸 바 있고 전주, 익산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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