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서정우
눈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것이
곳곳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구름과 구름이 잠깐 만나 떨구어 놓은 녀석들
구름은 이미 바다 건너갔는데 눈물마저 얼어붙어
눈도 되질 못하는 것이
비도 되질 못하는 것이
허공 가득 아우성치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떨어진 한 자리도 그의 것이 아니어서
톡톡 튀다가 더 낮은 곳으로 내몰린다
눈과 비 사이
사이가 준 이름으로 잠시 살다가
이윽고 녹는 듯 녹지 않는 듯 지워지면
또 어디선가 잔뜩 몰려온 먹구름떼 하늘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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