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작가회의가 시분과 소속 시인의 신작시집 『홀로 있어도 눈부신』을 출간했다. 표제작이 담긴 양수덕 시인의 「빛의 자리」를 포함, 시 80편이 실렸다. 인천이라는 장소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시집은 인천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가 자기성찰적 이성을 바탕으로 바깥을 사유함으로써 타자와 주체의 동질성을 감각하고 타자와 관계를 맺고자 손을 내미는 적극적 행위를 모색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인천이라는 장소가 지닌 고유한 심상지리를 내면화한 시인들의 인식에 기반을 두고 수행된다.
시인들은 "주안5동 공단도로를 지날 때마다 동수네 집 창문의 안부"(김시언, 「동수네 창문이 열린 날-주안염전 저수지」)를 궁금해 하고, "마지막 남은 성냥 하나를 심장에 그었"던 "소년 직공 김오진"(이설야, 「조선인촌 주식회사 소년 직공 김오진」)의 삶을 재현한다.
재개발로 곧 철거될 "옛 수도국산 밑 동네"(조혜영, 「신도시 개발 예정지구3-개똥」)로부터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함으로써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를 지금 이곳, 우리의 삶이 영위되는 장소로 불러내기도 한다.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밀려난 존재가 결국 우리의 또 다른 모습임을, 타자와 주체가 구분될 수 없음을, 이곳에서의 삶을 돌아봐야 함을 개진하고자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지리적 인식의 한 귀퉁이에서 소외된 채 머물러야 했던 인천은 언제나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지역적 층위로만 사유됐다.
이러한 고착화된 상상은 그 너머를 지향할 수 없게 했다. 이들에게 인천은 지리학자인 이-푸 투안의 말마따나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든 장소다. 주체와 타자로, 중심과 주변으로 구분될 수 없는 삶의 장소이자 실존의 장소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인천을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과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우리를 횡단하는 일의 필요를 궁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강성남·고광식·고철·금희·김경철·김네잎·김림·김명남·김시언·김영언·류명·박성한·박완섭·박인자·손병걸·신현수·심명수·양수덕·옥효정·이경림·이권·이기인·이명희·이병국·이설야·이성필·이종복·임희진·자하·정민나·정세훈·정우신·조율·조정인·조혜영·지창영·천금순·최성민·허완·호인수 시인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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