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는 비정규직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청소년 등 기층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매일 안녕하세요』는 코로나 확산으로 달라진 우리 삶이나 변하지 않은 모순적인 삶을 담아낸 소설집이다.
인천작가회의 소속 김경은·조혁신·박정윤·최경주·이상실·유영갑·안종수·황경란·홍명진·김연식 작가가 참여했다. 코로나로 굴절되고 왜곡된 우리의 일상을 조망하기도 하고 각 개인의 삶과 내면에 깊이 천착한다. 소설가 집단이 공동으로 코로나를 주제로 소설집을 묶어낸 것은 우리 문단에서 처음 있는 일로 의미가 깊다.
인간의 차갑고 무심한 일상을 다루기도, 학교가 문을 닫으며 학교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이 폭력과 차별에 놓이고 있는 모습을 고발하기도 하며 우리가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적인 고백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탐구한 것이다. 인간의 통제 밖에 있는 재앙 속에서 보잘것 없는 인간의 삶일지라도 기록되고 지속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경은의 「매일 안녕하세요」는 팬데믹시대에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차갑고도 무심한 일상을 다뤘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끼친 해악 가운데 하나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차가운 빙벽을 가로놓은 것을 특유의 감성적 문제로 그려내고 있다.
조혁신의 「옥탑방 내 인생」은 코로나로 오갈 데 없는 청소년의 삶을 그렸다. 코로나 이전에도, 학교가 문을 닫으며 학교 밖으로 내몰려도 아이들이 폭력과 차별에 놓이고 있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박정윤의 「미미가 미미였을 때」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우리에게 익숙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몽환적 필체로 이야기한다. 회귀할 수 없다면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다뤘다.
최경주 「중첩 인간2」는 인간과 인간에 관한, 인간의 노동에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중첩돼 있고, 문자 또한 중첩돼 있고, 노동 또한 인간과 문자에 중첩돼 있다고 보는데 이는 코로나시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계가 서로 이어지고 겹쳐져 있는 모습을 환유하는 것이다.
이상실의 「같은 시간 속의 사람들」은 코로나 확진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태를 그렸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관계 속에서 물질을 추구하고 물질에 굴복하는 인간의 속성을 드러낸다.
안종수의 「죽음의 언저리에서」는 코로나 확진과 맞물려 죽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그렸다. 노화와 질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들과 가족들의 갈등과 요양 시설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기록이다.
앞선 작가들이 코로나시대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한 데 반해, 김연식과 유영갑, 홍명진, 황경란은 코로나와는 다른 축인 인간의 일상을 거울에 비춘다.
김연식의 「코인 부자」는 노인이 돼서도 코인에 투자하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의 관계 속에서 인간소외를 다루고 있다.
유영갑의 「붕어빵을 굽는 여자」는 낯선 땅에 정착해 억척스럽게 사는 새터민을 통해 이념의 모순과 불합리함, 그리고 이념보다 더 큰 가족의 소중함을 그렸다. 코로나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매몰된 인간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홍명진의 「그들의 내력」은 각박한 삶에 가려진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개개인의 삶이란 보잘것없으나 꼭 기록돼야 하는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황경란의 「칸의 일」은 불법체류자의 삶을 통해 인간의 다층적인 속물근성을 애증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코로나 피해자들 중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불법체류자들은 의료와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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