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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다시 삶과 문학
이름 관리자



국민연금 납부 재개를 알리는 통지서가 왔다기에 고향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삼년 전 납부예외 신청을 할 때는 꾀까다롭지가 않았다. 뭐하세요? 소설가입니다. 결혼하셨어요? 아뇨. 삼년으로 해 드리면 되죠? 네, 고맙습니다. 이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담당직원이 호락호락 봐주지를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소설가가 얼마나 비루먹은 종자인지, 그 비루먹은 종자가 생계능력 없는 노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얼마나 각다분한지 따위를 설명하느라 하지 않아도 좋을 말까지 했고 전화를 끊은 뒤에는 급기야 자괴감이 밀려왔다. 너무 비굴하게 굴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담당자가 원래 소설가를 괜찮은 종자들로 생각했는데 나 때문에 견해를 바꾸었을까봐 걱정도 되었다. 그러고 나서 고 최고은 작가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전세금 천오백만원짜리 반지하방 보일러가 이번 겨울에만 세 번이나 터졌다던 후배 희곡작가 생각도 났고 나 역시 이번 겨울 보일러 점검비용 만원을 집주인에게 청구했다가 사기꾼 취급받아 억울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데 시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녀석이 말하기를, 쌀 떨어지면 꼭 전화해. 고맙다, 친구야. 감히 시인 주제에 소설가를 걱정해주다니. 직장도 없는 시인이(이런 이유만으로도 시인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나는 밥은 굶지 않는데, 국가가 국민연금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배려도 해주는데, 월세도 안 밀렸는데. 오타수 무안타. 지금까지 다섯 권의 소설을 썼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소설이 쓰고 싶은 시간이다. 그이가 쓰고 싶었으나 미처 쓰지 못한 채 남겨두었을 시나리오들이 사무치는 시간이므로. 오늘 이 시간이 그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을 내일이므로.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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