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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인의 편지/도종환] 참 아름다운 당신
이름 관리자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이명랑이라는 후배 작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당신 이야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입니다. 당신은 트럭을 끌고 다니며 아파트 근처에서 떡볶이와 오뎅과 순대를 파는 분입니다. 당신에게는 덩치는 고등학생인데 표정은 세 살배기인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당신의 남편은 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 어느 날 술 취한 상관을 위해 택시를 잡아 주려다 차에 치여 어이없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을 결심을 한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죽을 각오로 아이를 껴안고 있는데 엄마가 끌어안자 아이는 잠결에도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지요. 아무런 의심 없이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보면서 이 무슨 죄받을 짓인가 생각하며 다시 아이를 업고는 노점상 생활을 시작했다지요?

당신이 한두 주일만 안 보이면 사람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허전해 하고, 어디가 아픈 게 아닐까 걱정을 하고, 베란다 밖을 기웃거리며 내다본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지요?

"시아버지가 아파서 올라오셨다면서? 시어른 안 모셔 봤을 텐데 힘들지 않어? 다 덕 쌓는 일이야. 아니, 이건 내가 그냥 하나 주는 거야. 내가 새댁한테 줄 게 이거밖에 없잖어."
그러면서 당신은 103동 새댁에게 오뎅 꼬치 하나를 공짜로 주었다면서요?
"그러게 말이야, 친정이 잘 살면 좋지. 그래도 어떡해. 나 낳아 준 엄마고 나 키우느라고 가난한 거잖아. 친정 빚보증 섰다가 그렇게 됐으니 남편 보기가 얼마나 미안해. 그래도 어떡해, 살아야지. 다 잘 될 거야. 이거 하나 먹어. 힘들 땐 자꾸 먹어야 돼. 아무 거라도 먹어야 돼."
친정어머니랑 돈 때문에 싸우고 왔다는 101동 반장 아줌마가 그렇게 당신이 건네준 오뎅 꼬치 하나를 받아드는 걸 다른 이들도 보았다네요.
"얘! 얘, 석진아! 니네 엄마가 오늘은 늦으시나 보다. 석진이 너, 아직 아무 것도 안 먹었잖아. 여기 와서 이거라도 먹어."
토요일 저녁 6시 30분. 맞벌이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놀이터에서 혼자 기다려야 하는 석진이를 불러 떡볶이 한 접시를 먹이는 걸 보았답니다.


당신은 그렇게 지친 이, 울고 있는 이, 한숨 쉬고 있는 이들을 불러 오뎅 국물을 떠 주고 떡볶이를 포장해서 손에 쥐어주고 손을 꼭 잡아주었다고 했습니다. "미안해 할 것도 없고 그냥 맛있게 먹어주면 돼." 그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무도 내 곁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고, 삶이 너무 절망스러워 신마저도 자신을 버린 것만 같았을 때 누군가 한 사람쯤 내 등을 다독여 주면서 "다 잘 될 거야!" 라고 한마디만 해 주었으면 싶었다고 당신은 말했었지요. 이제는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고. 그런데 남들에게 줄 거라고는 이거, 오뎅 한 꼬치, 떡볶이 한 접시밖에 없어서 그게 마음 아프다고.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당신에게 얻어먹은 게 그저 오뎅 한 꼬치 떡볶이 한 접시에 지나지 않을까요? 우리가 보잘 것 없는 걸 얻어먹은 것일까요? 우리는 당신에게서 기쁨과 희망과 삶의 따뜻한 온기를 얻어 마신 게 아닐까요? 진정으로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한 그릇의 격려와 위안처럼 인간이 그리워하는 게 어디 있을까요. 당신은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 추운 겨울 당신 곁에서 종이컵 하나에 담긴 오뎅 국물을 얻어 마시며 당신의 온기 옆에서 몇 시간쯤 서 있다 오고 싶네요.

<2009.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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