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적 권리의 침해 현상을 두루 검토해 보면 사태는 심상치 않다.
민주화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반동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역사의 철로는 심하게 구부러졌다. 구부러진 철도 위를 역사의 기차는 달리고 있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승하고 있는 열차에 집권세력 역시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궤도를 이탈하는 일의 고통은 이 시대의 뜻있는 시민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들 역시 짊어지게 되어 있다. 집권세력은 지금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시계는 현격히 후퇴하고 있다. 오작동하는 시계가 단순히 건전지의 교체 문제가 아니라 기기 자체가 고장난 것이라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시계를 바꿔 찰 수밖에 없는 것인데, 문제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얼마든지 교체 가능한 소비재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런데 오늘의 집권세력은 그렇게 민주주의를 폐품 취급 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 거의 60%에 해당하는 국민이 제도정치를 불신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뒤집어보면, 이는 오늘의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매우 뿌리 깊다는 것인데, 특히 집권 세력과 집권 여당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교과서적 진리로 배워온 민주주의의 3권 분립 이론이 현실 속에서 완전히 불구적인 상황으로 전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오늘의 정치적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현재 대통령제가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로 퇴행하고 있고, 통치 행태 역시 민주적 합의와 여론에 근거한 ‘대의정치’가 아니라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주의’로 축소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이다.
권력이 대통령 1인으로 수렴되어 ‘제왕적 권력’이 여과 없이 행사되고, 사법부와 입법부가 행정부의 결단을 제도적으로 추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극단적으로 변할 때 나타나는 정치체제는 파시즘이다. 현재까지는 비록 소수가 제기하는 주장이지만, 오늘의 집권 형태에 대해 파시즘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시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결단주의가 정치 행위의 유력한 실천기제로 활용되는 일이 굳어지다 보면, 국가권력과 시민권력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국가가 절대화된다. 현재처럼 국회 권력이 사실상 한나라당 1당 체제로 무력화한 시점에서는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가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균형감각을 상실한다면, 이런 국가는 필연적으로 국민을 ‘동의’의 주체가 아닌 ‘동원’의 객체로 사물화해, 시대착오적인 총동원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완전한 질식 상태에 빠뜨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적 권리의 침해 현상을 두루 검토해 보면 사태는 심상치 않다. 문제는 그런 권력을 제어하고 완충할 민주적 여과장치가 제도적으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오작동하는 권력을 견제하는 거의 유일한 세력은 국민들 자신에 있으며, 실제로 국민들의 의사 표현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상황에서는 마치 총알의 ‘격발’과 유사한 방식의 피플 파워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민주주의를 거듭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캄캄한 계절이다.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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