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좀 힘들다 싶어 한 친구에게 징징댔더니 녀석이 대뜸 말하기를, 행복해지고 싶으면 한나라당 당원이 되라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간단한 걸 왜 여태 몰랐던 거지. 하릴없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랴 싶어, 이 시대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마침 커트 보네커트의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라는 글귀를 읽었던 터다.) 우선 친구의 조언을 따라 한나라당에 가입한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안 되는 게 없는 당이니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축구팀이나 야구팀의 서포터가 된 기분일 거다. 가끔 팬 서비스로 멋진 쇼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교회에 나간다. (사방에 있으니까 어렵지 않다. 봉고차로 집에까지 태워다주기도 한다.) 장로와 같은 감투까지 쓴다면 금상첨화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할 일이 없더라도 노동자는 되지 않는다. 운이 나빠 노동자가 되었다면 노조는 가입하지 말자. 노조에 가입했다면 그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인지 꼭 확인하자. 민주노총이라면 미련 없이 탈퇴하자. (실패하면 곤봉에 맞거나 전기충격기에 당한다.) 저주를 받아 노조위원장 같은 게 되었다면 집에는 가지 말자. (수갑 찬다.) 아이들 급식비 같은 건 과감하게 삭감해버리자. (굶는 건 애들이지 내가 아니다.) 그렇게 알뜰살뜰 모은 돈은 강에 투자하자. (주변 땅값도 오른다.) 담배 피울 일 있으면 뉴 라이터만 쓰자. (태풍이 와도 절대 안 꺼진다.) 사이버 테러와 같은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북쪽 사람들이 했다고 하자. (혹시 내 잘못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강남에 집을 사자. (종합부동산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광장은 폐쇄하자. (잔디가 불쌍하지 않니.) 기타 등등.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아직 많이 남았다. 간단하다더니 뭐 이렇게 많으냐고 투덜대는 분이 있다면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행복해지는 게 그리 쉬운 줄 아셨느냐고. 우리가 그리 쉽게 행복해진 줄 아느냐고.
<2009. 7.28 손홍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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