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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네
이름 관리자
첨부 그네.jpg (8.9K)




<책 소개>

평범한 진술로 파헤치는 비범한 삶의 이면

일상적 언어로 노동자와 민중의 건강한 삶을 노래해온 신예시인 문동만의 두번째 시집 『그네』가 출간되었다. 첫시집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1996)를 펴낸 지 13년 만이다. 시인의 삶과 일상은 늘 억압받는 자의 현장에 밀접했기 때문에 그의 시 또한 그것과는 분리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하고 힘겨운 이웃의 모습들이 절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이 시대에도 여전히 민중의 삶과 노동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그러나 또한 그것이 얼마나 건강하고 탄탄하게 세상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시인이 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낯설어진 오래된 상징’이라는 비유에서 잘 드러난다. 모두가 지난 연대의 상징으로 치부해버리는 ‘가난’과 ‘작업복의 기름자국’ 등을 시인은 다시 꺼내어 새롭게 인식한다. 그 상징들을 철 지난 것으로 인식하는 배경의 한가운데에는 ‘청이끼처럼 자란’ 망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망각이야말로 모든 것을 섣불리 봉합해버리고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나가게끔 만든다. 그러나 이 망각을 헤집고 ‘오래된 상징’을 꺼내들면서 “오, 어떤 세월 그대여 낯설지 마라”(「낯설지 마라」)고 말하는 시인의 발언은 일면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힘을 획득한다.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는 여전히 부조리하고 불평등하다. 세계는 성(城)처럼 견고하나 그 내부는 가난이 그치지 않고, ‘어딘가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나 ‘가까스로 성주로부터 세간 한칸을 얻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의 도시를 상징하는 이 성은 “실어증에 걸린 사람들과 미쳐서 말이 끊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래윗집에서 배수구로 말을 통하는 곳”이다.(「가난한 성에서」) 이러한 시각이 배면에 깔린 문동만의 시는 그래서 치열한 삶의 현장을 더 실감나게 들려주며 따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시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섬세한 눈길은 읽는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 풍경에 젖어들게 만든다.

자면서도 입 벌린 것들/넷이 누우면 요강단지 하나 모시지 못할 안방에/저 두 발도 내 발이요 저 두 발도 내 발이고/또 저 두 발도 내 발인 식구들이/그야말로 밥 먹는 입들이 모로 누워 뒹굴며/이불을 패대기치며 잠 깊다/자면서도 입 벌린 것들(「자면서도 입 벌린 것들」 부분)
식구들이 잠든 풍경을 세밀하면서도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구절은 평범하면서도 힘이 있어 읽을수록 애잔하고도 경건한 느낌을 배가한다. 그리하여 “착한 것들의 잠꼬대조차 자학으로 다가오는 서늘한” 정서가 “떨면서 꾸는 꿈도” 있다는 진술에 이르러 ‘자면서도 입 벌린’ 삶의 형상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가난과 밥과 삶에 대한 성찰을 이만큼 시화해낸 시인은 드물다. 이처럼 시집 곳곳에는 “가난이었고 무덤이기도 어쩌면 망각이기도 한”(「서해」) 생활들이 묘사되어 있다. 가구공장과 자석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죽어가는 형의 삶은 “가난 뭉텅이를 잡철처럼 붙이고 살”(「자석과 겨울나비」)아낸 것이었고, “거죽만 남은” 아버지 역시 가난한 삶 속에서 “평생 찰진 밥상을 꿈꾸”다 임종 무렵 “온 방 안이 밥알로 보인다”(「주꾸미 알」)는 말을 남긴다. 가장 낮고 어려운 삶의 풍경이 거칠지 않은 톤으로 이어지는 이 시집은 하지만 마냥 비참하거나 순응적이지 않다. 그의 시의 힘은 오히려 패배하면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저항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꽃비 내리는 봄날인데/오늘 청어 같은 한 사람이/스스로 기름 붓고 구워지셨다/터진 살 사이로 잔가시만 앙상한/물고기 한 마리 하늘길 따라 오르던 날/허방에도 어떤 여린 내장이 있는지/자디잔 핏방울이 떨어졌다(「청어」 부분)

94일을 굶은 여인은 아시바에 두 팔을 건다/두 팔은 지게끈처럼/가녀린 두 다리가 쭉 지게다리처럼/허공에 걸린 가벼운 지게//(…)그녀가 흔들리는 지게가 되자/또아리를 틀고 아가리를 벌리던/무리들 몇발짝 물러났다//잠시 평온이 흘렀고 사위는 어두워지고/몇몇 소녀의 흐느낌과 아우성이 터졌다//그 울음만이 지상의 매트리스였다(「지게」 부분)

포식자의 “오장육부에 잔가시를 박으며 기꺼이 죽어”주는 청어에 분신한 노동자를 대입시키는 장면과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투신하는 노동자를 지게에 비유하는 장면은 참담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또 시인은 어제의 피해자였던 노숙자가 구사대로 진압에 동원되어 오늘의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하고 참혹한 풍경(「어제의 사내」)을 시인 특유의 감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묘사와 비유는 문동만 시에 남다른 힘을 부여하며, 현재 민중의 삶이 수십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직설적인 선언보다 훨씬 설득력있게 전한다.
주제와 소재뿐 아니라 시에 대한 인식에서도 시인의 남다른 변별력이 드러난다. 모두가 서정시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와중에 그는 “서정시가 파닥거린다”(「배후」)고 선언하고 있다. 물론 그의 시의 배후가 이 시대의 삶과 사람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서정시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그가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겨우 살아지는 삶”(「투신」)의 건강성이다. 그것은 “상처를 안으로 얼려서 어설픈 무력쯤은/튕겨낼 것”이라면서 세심한 눈으로 “아슬한 결빙 위, 드러난 실핏줄”(「살얼음」)을 믿는 건강성이며, “묵묵한 등”에서 “인간의 맨얼굴”을 읽어내고 거기에서 자라나는 “건강한 이끼”(「등」)를 포착하는 건강성이다. ‘노동으로 휘어 둥글어진’ 등뼈만 보지 않고 “잠복한 직립의 뼈들”(「직립의 뼈들」)을 성찰하는 건강한 시선, 이것은 문동만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장 개성적이고 강렬한 시의 영역이다. 이러한 건강성을 담보한 시인이기에, 이 시대를 “초월하지도 못했네 순응하지도 않았네”라고 고백하며, “먹먹한 눈물 한 방울로/뵈지 않는 눈길을 녹이”며, “아직은 저항의 나이”(「! 아직은 저항의 나이」)라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수이 역시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직립의 뼈들’은 문동만의 존재론적 근거이자, 삶의 방식과 시적 지향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직립의 뼈들’은 문동만의 시의 기저에 흐르는 윤리적 선택과 결행의지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문동만은 비루한 생계와 일상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속물성에 대한 강박적인 비판이나 자기합리화에 기울지 않는다. 노동의 모순과 정치?사회적 억압을 성토하면서도 애써 강인한 주장과 자세를 고수하지도 않는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라고 문동만이 결심하듯 말할 때, 그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말에서 감지되는 것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서정시의 파닥거림 같은 것이다. 그 파닥거림이 비상의 첫 단계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실물의 경험과 사유로 꽉 차 있는 문동만의 이번 시집은 우리를 비상의 가능성으로 다시 처음인 듯 설레게 한다.(김수이! 「해설」 중에서)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표제작 「그네」는 시인의 성찰과 시적 감각이 얼마나 무르익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 설익은 비유와 언어를 버리고 자연스럽고 평범한 진술을 통해 이만큼 생생함과 시적 성취를 얻어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주제를 적절하게 녹이는 능력, 시적 진술과 서정을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결합시키는 탁월함은 시인의 저력을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힘을 빼고 시를 밀어나가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이라는 진술을 더 값지게 빛나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거나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라는 구절 앞에서 독자들은 누구나 시 안에서 그네를 타는 듯한 실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흔들리는 그네를 타며 시인의 사유를 동시에 공감하게 하는 힘, 이것이 문동만 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차례>

제1부

낯설지 마라
살얼음
가난한 성에서
저울에게 듣다
딱따구리
배후
낙화
자면서도 입 벌린 것들
산장모텔 앞
불편한 식사
물에 에인 날들
홍어 생각
얼음 연리지
은둔기
순식간에 사라지는 집게발

제2부
아내의 정부
종점, 그리고
그녀의 별자리
매미
마들의 소나기
어머니와 새
주꾸미 알
서해
서해 2
소래에서
벙어리 물고기
패총
동화
장항선 3
장항선 4
자석과 겨울나비
상수리묵
봄꿩이 울 때
앙다문 입

제3부
삼양동 집어등
뼈다귀해장국
독재자 금의환향하다
오월, 뼈의 이름으로
지게
수직의 배반자
봄산
창원에서 죽다
환관의 무덤
홰 배당하지 않는가
도강하는 맷돼지
어제의 사내
지하계급
직립의 뼈들
청어

제4부
호박이 익어가는 힘
아직은 저항의 나이
어떤 음계에서
배웅
투신
내 마음의 밭
하류에서
마지막 술집을 찾아서
미안하다 봄
그 도시의 일곱시
독학
달아난 여인
그네

해설 / 김수이
시인의 말

<저자소개>

문동만 - 196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다. '일과 시' 동인과 '리얼리스트100'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저자의 말>

내 시는 나를 가련히 여긴 어떤 이가 기별도 없이 보내준 소포 같은 것이다.

인간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역동적인 풍경이며 매혹이다. 지금 그 풍경은 깊은 골이 파이고 뼈마디가 시리다. 파렴치한 정치와 반성하지 않는 제도로 말미암아 자주 분기가 일고 욕이 다반사인 혼잣말을 해댄다. 불구하고 직설적인 시편들은 시'집'의 처마 밖으로 팽개쳐두고 말았다. 그 녀석들을 아주 버려두지는 않으리라. - 문동만

<추천의 글>

건장하고 진실해 보이는 사내를 시위현장에서 만나고는 했다. 그가 잡았던 마이크 생각만 하고 시도 새된 소리를 내려니 했다. 문동만의 시는 그러나 저물면서 반짝이는 고향 바다처럼 일렁이며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가족사에 얽힌 유년의 추억이 그의 시의 바다에 충만한데, 그것이 편협한 가족애를 넘어 힘겹게 살아온 동시대인들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서해」 「벙어리 물고기」 「패총」 「앙다문 입」 등 빼어난 시편들을 보며 그가 어느 자리에선가 “지구력이 희망이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라고 한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정희성 (시인)

‘생활의 하수에서 푸른 잎 밀어내는’ 미나리꽝에게도 미안해하고 ‘작은 행복도 두려워’하는 착한 시인. 흔들리면서 곧은 문동만 시인. 시보다 시적 삶을 사느라 13년 만에 출산하는 이번 시집은 바람에 쓸리고 물에조차 베이는 주눅 든 눈빛들과의 소통이자, 안간힘으로 버둥거리는 저울추와 흔들리는 그네와의 내밀한 대화이다. ‘흔들림’이야말로 존재와 세계의 역동성이자 ‘결연한 사유의 진동’이라는 자리에 닿기까지, 공장에서 거리에서 자본의 직선을 보수하는 일에 골몰하며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발열하는 사랑을 앓아온 것이리라. - 김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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