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당산철교 위에서]
(솔출판사, 2006년 1월 16일)
이승철 시인이 2001년 출간된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에 이어 펴낸 세 번째 시집이다. 지난 5년 동안 써온 시편들을 한데 묶은 작품집으로, 40대 중.후반 한국 남성의 자화상을 그렸다. 자본의 굴레와 자기 욕망 사이의 번민과 반성적 성찰을 통해 우리시대 삶의 진정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광주항쟁의 진실과 그 아픔을 담은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와 소설선집 <일어서는 땅>, 그리고 <광주민중항쟁증언록>, <삼청교육대 정화작전> 등을 기획.출판하였으며, 김남주 시인이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 중일 때 옥중시집 <나의 칼 나의 피>를 출간하는 등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출판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현재까지도 민족문학운동을 활기차게 전개해오고 있다.
시집 <당산철교 위에서>는 1980년 5월과 그 이후 시인의 삶의 변화를 추적한다. 아울러 노숙자들의 뼈아픈 생존과 김남주, 채광석, 고정희, 기형도, 김소진, 윤중호 등 요절한 문인들에 대한 진혼가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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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1958년 전남 함평 출생. 1983년 시 전문 무크 <민의> 제2집에 시 '평화시장에 와서' 외 8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나남, 산하, 인동출판사 편집장 및 황토출판사 대표와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역임. 2006년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장, 시 전문지 「시경」 편집위원 및 도서출판 화남 편집주간. 시집으로 <세월아, 삶아>,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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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당산철교 위에서
2만5천 볼트의 전류를 기운차게 뿜어내며
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 켠 치솟는 굴뚝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시인의 말
자기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것, 그럼으로써 자기 영혼에 메스를 가한다는 것, 그리하여 미욱한 이 세상을 향해 일갈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최근 나의 시작 태도다. - 이승철
::추천글
1980년 오월 광주 이후, 가파른 세월을 거쳐온 그의 시는 아직도 결기를 삭이지 못한 짐승 몇 마리쯤 기르고 있는가 보다. 나는 순치(順馳)되지 않는 그 욕망과 야성이 좋다. 그는 많은 시인들이 너무 일찍 손놓고 떠나간 세상을 끌어안고 몸부림치고 있지 않는가. '2만 5천 볼트의 전류'가 전차를 몰고 가듯이, 이 절망이 그의 시를 기운차게 밀고 갈 것이다. - 정희성 (시인)
무엇보다도 우선 드는 느낌은 '슬프다'는 것이다. '장하고' '슬프다'는 것이다. 세상이 슬프고 인생이 막막한 사람을 가리켜 세상에서는 시인이라고 부른다.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찰나의 순간에도 팔만사천 번씩 죄를 지을 수밖에 없게끔 짜여진 모둠살이틀거리의 세상―돈이 모든 것의 주인이므로 모든 것을 아퀴짓는 자본만능 막세상에서 이승철 시인이 시를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쓴 시들을 묶어냄으로써 나 아직 살아 있소 하고 목쉰 소리로 외친다는 것이 우선 장하며, 그래서 슬프다는 것이다. - 김성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