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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철/ 험준한 사랑
이름 관리자
첨부 8936422499_1.jpg (10.6K)




'아픔을 함께하는 자'로서의 시인의 운명,
박철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험준한 사랑]

(창작과비평사, 2005년 6월 25일)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소외된 삶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박철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아픔을 함께하는 자'로서의 시인의 운명을 슬프고도 간곡한 어조로 전달한다.

전작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에 이어 시인은 생활을 책임지는 아내와 집을 지키며 시를 쓰는 시인 사이의 일상을 자주 묘사한다. '몸살'에서 시적 화자는 들판에 서서 광화문으로 일하러 나간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내가 전화기에서 바람소리가 난다고 무심코 던진 말에 호주, 미국의 친구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바람소리를 들려준다. 이와 같이 세상을 등진 자 특유의 맑고 고집스러운 소망은 여러 시편들에서 아름답게 변주된다.

이 시집에는 유난히 들판과 관련된 시가 많다. 시인은 이곳에서 삶의 쓰라린 고통들을 반추한다. 들길을 걷는 일은 시인의 병든 운명을 벗어나고자 택한 시쓰기와 연관되며, 결국 시쓰기만이 시인에게는 궁극적인 치유의 길이었음을 암시한다. 문태준 시인의 말하듯 '고단한 발을 찬물로 씻겨주는 것' 같은 서늘하고 맑은 느낌의 시집이다.



박철
1960년 서울 출생. 1987년 창비에 '김포' 외 14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너무 멀리 걸어왔다],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험준한 사랑]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책방에서

밖은 추운 날이었다
말발굽처럼 굽어진 책방 안에서 한 아이가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여주인은 엎드려 뭔 일을 하는지 둥그렇게 등짝만 보였다
아이가 얇은 재킷 안으로 책을 슬쩍 디밀다가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책을 내려놓고 서둘러 책방을 빠져나갔다
그의 얇은 옷 탓이었다 사내는 아이를 따라 문 밖을 나섰다
하얗게 얼굴색이 변한 아이는 윗동네에 산다고 몸을 떨며 말했다
산동네는 더욱 바람이 세찰 것이다
바람 탓이었을 것이다
사내는 앞으로 네가 보고 싶은 책을 사주겠노라고
무책임하게 덜컥 약속을 했다
사내는 집으로 돌아와 궁리 끝에 S전자 회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보름 후 담당 여직원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회사로선 배려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직원 자신이 개인적으로 책값을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넉넉지 않은 여직원은 결혼을 약속한 애인에게 의논을 하였다
역시 가난한 애인은 고민 끝에 책방을 하는 첫사랑에게 사연을 풀어놓았다
멀리 사는,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책들은 매달 몇사람의 손을 거쳐
아이에게 전해졌다
모든 사랑이 손을 잡고 한마음이 되어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 아이와 책방 여주인이
몇집 건너 산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들 있었다
아이가 훗날 시인이 될 거라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들 있었다



::시인의 말

나의 최선이 남에게도 그렇게 좋은 의미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더욱 정성을 다해 시를 쓸 것이고 내게 유일한 생의 거처인 시쓰기가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여섯번째 시집을 묶으면서 인간의 습성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만큼은 밝고 새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노래하고 싶었으나 그게 잘 되지 않는바, 보다 깊고 개성 있는 나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시를 읽고 독자들은 조금 쓸쓸하거나 우울해질지 모르겟다. 그러나 곧 비온 뒤의 화사한 청명을 믿으시고 예쁘게 봐주시기 바란다. 모든 이에게 축복 있으시길. - 박철


::추천글

박철 시인은 멋스러운 시인이다. 모임에서 가끔 그가 통기타를 겨드랑이에 끼고 음악을 탄주할 때 그의 몸과 노래는 공명통처럼 커진다. 일품이다. 그를 우리 시대 몇 안 남은 '가객'이라 부르는 데 이의가 별로 없다. 나는 그를 '푸른 벽오동' 같은 사람이라 여겨왔다. 정신이 푸르디푸른 그런 사람. 그가 오랜만에 다시 시권을 묶었다. 숨결이 곱고 사람을 잘 섬기는 터라 그는 다툼이 있는 곳에 곧잘 등장해 화해를 이끌어 내지만, 이번 시집을 보니 역시 그 따뜻한 시선이 강물처럼 흐르고 산처럼 높이 솟는다. 시간의 덩굴에 오롱조롱 매달린 일상을 도드라지게 건져올리다가 문득 그의 시선은 마곡동 밥집의 필리피노에게 가 있고, 만경봉호에 올라 분단된 조국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안성희 동무도 그를 '남측의 슬픈 시인'이라 불렀다더니 아, 다 읽고 시집을 덮는 순간 어떤 적막하고 쓸쓸한 들판의 바람소리가 내 몸 속에 일고 인다.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누군가가 내 고단한 발을 찬물로 씻겨 주는 것만 같다. 꼭 한번 그와 함께 들판의 새벽을 보고 싶다. 나를 대신해 그가 울어줄 것이다. -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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