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문학과지성사, 2004년 8월 첫 소설집 <바늘>로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작가 천운영이 3년만에 두 번째 소설집 <명랑>을 펴냈다. 새로운 여성 미학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았던 천운영은, 이번 책에서 보다 성숙하고 폭넓어진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명랑' 외 여덟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은 이 책에서 삶에 대한 욕망이 구체화되는 양상을 '페티시', '판타지', '희생제의'라 정리한다. 표제작 '명랑'은 시도 때도 없이 명랑(진통제)을 먹는 시어머니와 발 관리사 기술을 배우고도 용돈을 타 쓰는 딸, 닭 백숙을 팔아 이들을 먹여살리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천운영은 여전히 '육체적 감각'의 이미지화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그들은 발이나 유방같은 육체의 부분이나 환각에 과도한 애착을 보인다. 어떤 절망, 어떤 아픔. 상처와 감각을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 집요하게 그려낸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