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평론가의 두 번째 평론집. 시론과 소설론으로 구성하였다. 팬데믹 리얼리즘 이후의 변화를 예감하면서 인간다움을 소모하는 진보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폈다. 내일로 이월할 수 없는 가치들의 집합소인 지금 이곳의 문학을 당대의 언어로 해석한다. 인간과 인간성을 더 세심하게 질문해야 하는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 그러면서 살아가기와 –되어가기. 멈출 수 없는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을 담아낸다. 변화를 주문하는 시대의 첨단에서 긍정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인류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시 쓰기가 유일한 과업일 수 없는 토대일지라도 그것이 명백하게 중요한 일이라는 점은 시인에게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다. 따라서 시 쓰기와 현실은 서로 반세력이기도 하고, 균등하게 서로 스미는 관계이기도 하다. 강제하지 않을수록 시는 오고야 말며, ‘지금’의 골칫거리들을 먹으면서 뱉어낸다. “미래가 골칫거리인 사람”의 느끼한 몽상에는 우리의 감각이 요동치기 어렵다. 지금 여기의 사건들에 한층 예민해진 시인의 감각이 우리의 몸을 떨게 만든다. 몽상이나 생각으로부터 도약한 실현으로서의 시 쓰기 덕분이 아닐까.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지금 “손!”(을 들어보시길.)
―본문 중에서
주류 소설가 또는 비주류 소설가라는 구분은 문단이 강제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법은 소설의 진실을 떠나면서 형성된 굴절 현상으로, 지금까지 관습화해 온 방식으로 서둘러 판별하고 종결지으려는 이들이 즐겨 쓰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이여, 작가여. 이렇게 위로를 해보는 건 어떤가. 소설을 향한 간절한 사랑만이 소설의 모든 것이자 주류여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