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동정 회원주소록 회원주소 변경 신청 회원작품 회원새책 문학 in 미디어 회원 게시판 사무처에 바란다

회원동정

회원주소록

회원주소 변경 신청

회원작품

회원새책

문학 in 미디어

회원 게시판

사무처에 바란다

회원작품

전체소설아동문학에세이북한문학은수저
이 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이 글을 C공감으로 보내기 rss
조회 3018
글자 크게 하기 글자 작게 하기 프린트
제목 [시] 제63회/박남준 - 흰접시꽃 두 송이, 미선이와 효순이에게
이름 관리자



제63회

흰접시꽃 두 송이, 미선이와 효순이에게


박 남 준
 

 
그날 유월 푸른 하늘
햇살아래 눈부신 흰빛으로 피어나던 접시꽃을 보았다
그날 유월 십삼일
미군의 궤도차량에 난도질처럼 으깨어진 흰 접시꽃 두 송이가 있었다
살아서 세상의 작은 등불이었을 어린 꽃들이
붉은 피 흘리며 죽어 이 땅의 한 사람 한 사람
까맣게 잊고 살던 우리들을 일깨우는구나
여기 이렇게 우리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되어 타오르는구나

죄가 있다면 이 잘못된 조국,
자국민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짓밟으려는
못난 조국에서 태어난 것이리라
제국주의 미국의 식민지, 분단된 땅을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둔 것이리라
사리사욕에 물든 이 나라 정치꾼들이
역대 군사독재 정권들이 너희들을 죽였다
미국에 빌붙어 눈치만 살피는 이 나라 대통령들이 너희들을 죽였다

아니다 내가 너희들을 죽였구나
힘없는 이 땅이 너희들의 참혹한 죽음을 불러일으켰구나
지켜보거라 미선아 효순아
세상의 곳곳에서 저지르는 미군과 제국주의 미국의 만행을
똑똑히 지켜보아라 학살당하는 모든 민족의 고통을
기억하리라 이제 우리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결코 너희들의 죽음 헛되지 않고 낱낱이 기억되리라
미선아 효순아
몸은 비록 죽었으나 죽지 않고 우리들 곁에 살아
아직은 가지 말고 두 눈 꼭 부릅뜨고 일어나 보거라
피어나리라 죽음을 넘어 피어나리라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활활 타오르리라

멈추지 않으리라 꺼지지 않으리라
산과 들녘 이 땅 우리 민족, 자주자존의 올곧은 정신이 되어
다시 피어나리라 깃발이 되어 휘날리리라 흰 접시꽃 두 송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 소파개정협정이 아닌 미군철수의 그날까지
분단된 조국 통일의 함성이 이 땅 구석구석 메아리칠 그날까지
함께 나가리라 온몸으로 달려가리라

살인미군 처벌하고 부시는 즉각 사죄하라!
살인미군 무죄판결 소파협정 개정하라!
분단조국 고착하는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 온 나라가 미선이와 효순이 두 여중생의 죽음에 들끓고 있다.

서울의 달동네 낙골교회 어린이집 철거로 인해 새로운 공부방을 마련한다고 기금마련 공연이 서울대 앞 관악문화회관에서 있었다. 그 일로 서울에 갔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 덕수궁 대한 문 앞을 지나다 그곳에서 피켓과 플랜카드를 들고, 손에 손에 풍선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이들을 어른들을 청년들을 보았다.

양키 고 홈, 퍼큐 유에스에이, 소파개정, 부시는 사과하라…

오랜 만이어서였는가. 처음에는 구호를 따라하기도 손을 들어올리기도 사뭇 어색하기만 했다. 한동안 그렇게 구호를 따라 외치다 기도를 올리는 시간이 되어 빠져나왔다.
맡겨놓은 짐을 찾아서 들고 교보문고 앞에서 다시 촛불을 들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매일매일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하는구나. 거기 어린 중고등학생들도 보였다. 오십대의 중년도 보였다.
키타를 치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던 사람이 말한다. 한 시간도 더 넘게 이렇게 서 있었는데 여러분 힘들지요. 모두들 대답한다. 아니요 힘들지 않습니다. 거기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사회자의 말이 이어진다. 앞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라고. 다시 뒤로돌아 뒷사람의 어깨를, 이번엔 옆 사람의 어깨를… 한손엔 종이컵을 씌운 촛불을 들고 한손으론 서로의 등과 어깨를 다독여주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저렇게 서로의 지친 등을 다독여주는 것. 거기 작은 희망이, 따뜻한 사랑이 피어나고 번져나가는 것이다.

지난여름 월드컵 축구가 한창일 때 두 여중생의 사고소식을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여기저기에서 자료를 다운받아놓고 무언가 써야 할 텐데 뭔가 해야 할 텐데 하며 조바심을 내보기도 했지만 우물쭈물 거리다 한줄 쓰지 못했다.
결국 월드컵의 열기에 파묻혀 그 참사의 소식들 이내 파묻혀버렸었다. 그때 초여름이었고 아랫마을로 내려가다 피어있던 흰 접시꽃들 바라보며 갑자기 그 흰 접시꽃 송이들이 미선이와 효순이로 보였다.

어찌 몇 자의 글, 몇 줄의 시 한 편으로 두 여중생의 죽음을 다할까.




처음 올린 날: 2002년 12월 22일(일)


 

 




목록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1 에세이   제30회/ 안학수 - 선생님! 그 텃밭에 가면 관리자 2003.06.18. 4760
150 북한문학   조기천/ 휘파람 관리자 2003.06.13. 6223
149   제80회/ 박두규- 늙은 거자수 관리자 2003.06.11. 2890
148   제79회/ 오영수- 붉은 봄날 관리자 2003.06.11. 3031
147   제78회/ 허의행 - 분교는 관리자 2003.06.03. 2990
146   제77회/최정숙-어린이날에 어떤 어린이들은 관리자 2003.05.27. 2981
145 소설   제15회/ 안덕훈 - 운정 가는 길 관리자 2003.05.27. 4288
144   제76회/곽재구 - 어린 이라크 소녀에게 관리자 2003.05.12. 2959
143   제75회/김정환 - 섬광과 참혹 관리자 2003.04.26. 2760
142   제74회/ 민 영-최후통첩의 날에 관리자 2003.04.15. 2774
141   제73회/ 이재무-반대한다 관리자 2003.03.27. 2884
140   제72회/ 김형수 - 명천선생 불망비 관리자 2003.03.27. 3185
139 에세이   제29회/염무웅 - 소설가의 운명 위에 찍힌 두 줄기 역사 관리자 2003.03.21. 4371
138 소설   제14회/ 이성아 - 삿뽀로 공산당(2) 관리자 2003.03.05. 4098
137 소설   제14회/ 이성아 - 삿뽀로 공산당(1) 관리자 2003.03.05. 4142
136 에세이   제28회/ 임영태 - 나는 윤회주의자다 관리자 2003.03.04. 4294
135   제71회/ 김은경 - 2003 겨울, 배달호 氏 분향소 관리자 2003.02.17. 2945
134   제70회/ 김철순 - 그리운 시냇가 관리자 2003.02.17. 2967
133   제69회/신현수 - 새해를 거부한다 관리자 2003.02.09. 2963
132 소설   제13회/ 김재영 - 사라져버린 날들(2) 관리자 2003.02.03. 3729
131 소설   제13회/ 김재영 - 사라져버린 날들(1) 관리자 2003.02.03. 4278
130   제68회/홍일선 - 매향리 관리자 2003.01.28. 2945
129   제67회/송경동 - 아스팔트 관리자 2003.01.28. 3192
128   제66회/정우영 - 저 미군 장갑차들 관리자 2003.01.20. 3000
127   제65회/안찬수 - 촛불 관리자 2003.01.14. 2943



[이전 10개] 21 / 22 / 23 / 24 / 25 / 26 /27 / 28 / 29 / 30 / [다음 10개]

 

후원 우리은행 1005-802-113278 (사)한국작가회의

(03959) 서울 마포구 망원로3길 48, 2층 (사)한국작가회의 _ 전화 02-313-1486~7 / 전송 02-2676-1488
이메일 hanjak1118@hanmail.net(사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