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되새 떼
박남준
지리산 쌍계사 골짜기
10년만에 돌아왔다고 사람들의 얼굴에 희색이 돈다
되새 떼가 몰려왔다 수천수만 마리가
몰려가고 오무렸다 폈다
솟구치고 내리꽂히는데
그 사이 저녁잠을 찾아나선 매 한 마리 빙빙
휘오 휘오 맴을 돌며 입맛을 다신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는데
어쩐다지 이를 어째 구경나온 이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뒷동산에 이윽고 서를 푸른 초승달 스르릉
오르락내리락 안절부절 되새 떼들이
일제히 달 속으로 들어간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와르르르
한순간 대숲으로 쏟아져 이내 잠잠하다
뭐라고 그랬을까
그러니까 이를테면 무슨 부탁을 하기는 한 모양인데
되새 떼가 잠든 늦겨울의 저녁하늘
달은 한껏 실눈을 치떠서 사위를 살피고
매 한 마리 점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다
아하 그러니까 그게
박남준 1957년 전남 법성포에서 태어났다.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적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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