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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
이름 심오 이메일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17)



신앙의 신비




1993년 10월 14일, 노친 칠순잔치를 하던 야외 음식점 작은 분수 연못에 네 살배기 조카아이가 빠져 숨진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 가족에게 /'/먹구름/'/이 되었지요. 우리 집이 오랜 천주교 신자 가정임을 잘 아는 신자 아닌 어떤 이에게서는 "그러니께 하느님은 읎는 거지유?"라는 자발머리 없는 말도 들어야 했지요.

자신이 당해보거나 겪어보지 않고는 그 어떤 일도 슬픔과 고통의 질량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괜한 생각도 하며, 무거운 먹구름 속에서도 매주일 성당에서 보게 되는 한 할머니에게서 신앙의 진수(眞髓) 같은 것을 접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곤 했지요.

그 할머니는 태안군 이원면 내리, 오지에서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도로 포장도 되지 않아서 성당에 오려면 걸음도 많이 걸어야 하고 버스도 한 시간은 타야 하는데, 한 주도 미사참례를 거르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 할머니 집에 신자는 할머니 한 분뿐이어서 이런저런 어려움도 많을 터였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막내아들을 천주교 신자로 만들었고 아들 혼례도 성당에서 혼인미사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마침내 아들 하나를 천주교 신자로 만들고 혼인성사까지 받게 했으니, 할머니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지요.

혼인미사를 마친 후 아들과 며느리는 가족 친지들의 전송을 받으며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형형색색의 꽃과 풍선으로 장식한 승용차를 떠나보내며 할머니는 또 성호를 긋고 기도를 했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두어 시간 후 거짓말 같은 사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랑 신부를 태운 승용차가 서산을 지나 당진으로 가던 길에서 그만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하여 신랑 신부와 운전자 모두 목숨을 잃은 사고였지요.

그런 일을 겪고도 바로 다음 주일 성당에 오신 할머니는 위로하는 교우들에게 "나보다 더 험한 일을 당헌 사람도 세상에는 많아요.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히셨어요. 성모님 고통과 순교자들을 생각하면서 살면 돼요."라는 말을 하셨지요.

그때로부터 몇 년 후, 노친 칠순 잔칫날 뜻밖의 큰 불행을 겪은 나는 그 이원면 할머니를 좀더 유심한 눈으로 보게 되었고, 그 할머니와 내 노친이 성모님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젼교구 <대전주보> 2010년 4월 25일/부활 제4주일(성소주일/이민의 날) 제2027호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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