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최 기 종
어머니!
아직 가거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 녹섬이 문지기처럼 기립하고 반기는 곳
회룡산 선녀봉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곳
가이 살만한 섬이라고 애비 에미들이 터를 잡고
국토 서남단 200해리 영해를 지키며 사는 곳
어머니!
이 가슴에 쌓았던 돌무더기 얼마나 버려야
갯돌소리 꿈결같은 가거도에 다을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소중한 것이 가장 가까이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냥 거친 파도와 술레질하던 애비 에미가 싫어서
풀대죽 쑤어먹던 초근목피가 싫어서
허풍선처럼 늘어나던 외로움, 이앓이가 싫어서
훌훌 떠나서 풍문처럼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그런데
이내 간절함, 그리움 같은 것들 얼마나 심어야
바다 깊숙한 가거도가 우뚝 솟아나겠습니까?
어머니!
카 페리호를 타고 가거도로 향합니다.
흑산을 지나 먼바다에서 너울을 타고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멀미하면서
하늘로 솟구치고 물속으로 쳐박히고
표류하면서 산 높은 가거도로 향합니다.
어머니! 그런데
복중의 나 아닌 것들 얼마나 토해내면
연두빛 해무 사이로 그림자 길게
후박나무 우거진 가거도가 드러나겠습니까?
어머니!
바람 불고 바닥 센 가거도에서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먼동이 터옵니다.
소등 망향바위가 금빛으로 찬란하고
해뜰목에서 산새소리 요란하겠지요.
어머니! 그런데
아직도 가거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선을 꿈꾸던 신기루 같은 것들 지우고 또 지우면
나에 살던 가거도가 먼동이 되어서
검은 수평선 사이로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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