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논쟁의 시대'를 산 작가들을 조명한다
4월24~25일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개최

홍성식 기자

1920년대는 한국문학의 '논쟁시대'

▲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2003 행사준비위원회
한국문학사에서 1920년대는 '논쟁의 시대'로 지칭된다. 신문과 잡지 등 활자매체의 활성화와 세계문학의 대량유입으로 각 장르에 걸친 근대문학이 태동하던 시기.

대표적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작가인 김기진과 권환, 윤기정 등 좌파문인들은 우파문인들과의 논쟁은 물론, 절충파의 대표적 논객 양주동과도 문학과 세계해석의 방법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인다. 또한 이 시기는 근대적 의미의 첫 작가군이 출현한 때이기도 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지난 3년간 공동으로 주최해 온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의 올해 화두는 '논쟁'이다.

권환, 김기진, 윤기정, 송영, 양주동 등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은 모두 1903년에 출생 20년대 초·중반에 집필활동을 시작한 사람들.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행사에서 거론될 10명의 작가 중에는 유난히 카프문인들이 많다.

이들은 내부적으로는 '내용과 형식논쟁(김지진-박영희)', '아나키즘론(김화선-윤기정, 임화)', '문학대중화론(김기진-윤기정)', '농민문학론과 카프 재편론(김기진-권환, 송영)'의 논쟁을 거쳤고, 외부적으로도 '시조부흥론(최남선, 이은상-김기진)', '절충론(양주동-윤기정)' ,'해외문학론(정인성-송영)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놓고 우파 혹은, 중도파 문인들과 물러섬 없이 부딪친 작가들.

4월24일과 25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펼쳐질 심포지엄에서는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와 문학적 성과를 집중조명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연세대 김영민 교수와 서울대 김대행 교수는 각각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을 통해 바라본 1920년대 문단 지형도'와 '1920년대 쟁론은 현재 남북이 전개하는 문학사를 봐서도 현재진행형(가제)'이라는 발제를 준비했다.

고려대 황현산 교수와 원광대 김재용 교수, 한양대 서경석 교수 등은 윤극영과 송영, 권환, 김기진, 윤기정 등 개별작가의 작가론을 맡아 그들의 정신과 문학세계를 고찰한다. 김영민, 김대행 교수의 발제가 총론격이라면, 이들의 고찰은 이번 심포지엄의 각론 성격을 띤다.

카프만이 아닌 다양한 작가 조명... <문학의 밤> 행사도

카프작가가 다수이긴 하지만, 심포지엄에서 다뤄질 작가는 비단 그들만은 아니다. 국민문학파이자 시조부흥론을 주창한 이은상과 해외문학파이자 카프와 대립적 관계에 있던 김진섭, 19030년 대표적 유미주의 시인으로 불리는 김영랑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

광운대 조영복 교수는 작가론을 통해 김영랑을 '지역성을 통해 우리말의 매력을 처음으로 발현한 시인'으로 지칭했고,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이은상을 "현대시조의 형식자유를 구현한 작가"로 평가한다. 국민대 방민호 교수는 '생활의 발견으로서 수필문학'이란 작가론을 통해 김진섭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예정.

학자와 전문가만의 잔치가 아닌 '문학 대중화의 발판 마련'을 위해 독자와 시민들이 함께 하는 <문학의 밤>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번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25일 저녁 6시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 진행될 이 행사는 토크쇼와 시낭송, 노래가 어우러진 문화행사.

윤기정의 장남 윤화진과 양주동의 제자인 한양대 김시태 교수, 원로시인 이기형 등이 출연하는 토크쇼, 김영랑, 권환, 윤극영의 시낭송, 최명익과 김진섭의 산문낭송, 이은상의 가곡독창과 윤극영의 동요합창 등이 펼쳐질 이 행사는 전날 심포지엄의 딱딱함을 풀어줄 즐거운 뒤풀이가 될듯하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대산문화재단은 "내년부터는 행사를 3월로 정례화해 전국 각처에서 열리는 여러 문학제와의 유기적인 관계설정을 강화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일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는 이육사, 계용묵, 박화성, 이태준, 조윤제, 홍효민, 유도순, 진장섭. 이양하 등이며, 2004년 문학제는 이들을 조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작가회의의 부연.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들(2003년)

권환(1903~1954)
경남 창원 출생/휘문고보와 일본 쿄토대 독문과 졸업/26년 <신민>에 희곡 '광(狂)'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31 카프 2차 방향전환의 중심인물로 활약/신건설사건으로 구속/<카프시인집> <자화상> <윤리> 등의 시집 간행

김기진(1903~1985)
충북 청원 출생/배제고보 거쳐 일본 릿쿄대 영문과 중퇴/20년 동아일보에 '가련아'를 발표 후 작품활동/<백조> 동인, 카프결성 주도/경향신문 주필/<붉은 쥐> <군웅> <해조음> 등의 시집 간행

김영랑(1903~1950)
전남 강진 출생/휘문의숙, 일본 아오야마 학원/30년 정지용 박용철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영랑시집> 간행/신사참배와 창씨개명 거부함

김진섭(1903~?)
전남 목포 출생/양정고보 졸업/<해외문학> 창간 <극예술연구회> 조직/서울대, 성균관대 교수 역임/한국전쟁 당시 납북/수필집 <인생예찬> 소설 <공상일제> <현자 괴테> 등 간행.

송영(1903~1978)
서울 출생/배제고보 중퇴/25년 <개벽>에 단편 '늘어가는 무리' 발표/카프 활동/광복 후 월북

양주동(1903~1977)
경기 개성 출생/와세다대 영문과 졸업/숭실전문 교수, 동국대 교수/신라향가 등 한국 고가 연구/ 저서로는 <조선고가연구> <여요전주> <국문학고전독본> 등이 있음

윤극영(1903~1988)
서울 출생/경성 법학 중퇴, 도쿄음악학교에서 성악 전공/23년 <색동회> 창립동인/어린이 문화운동과 동요작곡 활동/저서로는 <윤극영 111곡집>이 있고, '반달' '설날' '따오기' 등 작곡.

윤기정(1903~?)
서울 출생/보인학교 졸업/카프 활동 및 조선문학가동맹 집행위원 역임/46년 월북/소설 '딴 길을 걷은 사람들' '아씨와 안잠이' 집필

이은상(1903~1982)
경남 마산 출생/연희전문 중퇴/연세대, 영남대 교수 역임/시조작가협회장, 성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역임/저서로는 <노산시조집> <노산사화집> <노산시문집> 등이 있음

최명익(1903~?)
평남 평양 출생/평양고보 수학/36년 단편 '비 오는 길'을 <조광>에 발표하며 등단/'심문' '폐어인' '장삼이사' 등의 작품을 남김

2003/04/17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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