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30년 연륜의 저항성 굳건히 이을것”

현기영 이사장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감에 따라 자리가 빈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 이사장에 문학평론가 염무웅씨(62·영남대 독문과 교수)가 선임되었다. 작가회의는 22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통해 염 교수를 새 이사장으로 뽑았다. 염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 시절부터 셈해 보면 작가회의의 연륜은 30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자실 때부터 작가회의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왔고, 어느 정도 민주화가 진전된 지금쯤은 번듯한 사무실도 마련하고 싶고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제 몫의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 이라크전쟁이 그렇고, 북핵문제가 그렇고 말이죠. 결국,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애초의 결성 취지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고, 당연히 작가회의로서도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 때에도 어느 정도는 그러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작가회의의 위상과 처지는 다소 착잡해진 감이 있다. 특히 현기영 전임 이사장이 문예진흥원장에 취임함에 따라 작가회의 안팎에서는 ‘관변단체’ 운운의 농담성 발언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판이다.

“노무현 정부와 관련해서는 ‘비판적 협조’ 정도의 태도를 취하려 합니다. 이 정부는 국민의 민주적 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입니다. 그에 대한 보수 기득권 세력의 흔들기는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서 보듯 실망스러운 점 또한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보호하고 한편으로는 비판하는 ‘분열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출범 첫 ‘사업’으로 25일 오후 5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반미·반전 시위를 계획한 것은 염 이사장 체제의 각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회의 본래의 ‘저항적 전통’을 굳건히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 작가회의는 할 일이 많습니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문학독본이 필요합니다. 올 여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는 북한 문인들과 함께 시낭송과 토론을 하고 싶습니다. 또 내년 창립 30주년에 즈음해서는 전세계 저항적 문인들이 함께하는 국제 문학제 같은 걸 추진할 생각입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사진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2003년 3월 24일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