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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불안·고통·분노 정확히 기록할 겁니다”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를 향해 한 여성 작가가 단신으로 발진했다. <부엌>의 작가 오수연(39)씨는 지난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이륙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 이라크 접경인 요르단 수도 암만에 일단 기착했다. 19시간 반의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오씨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진보적 문인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이사장 직무대행 이시영)가 공식 파견한 최초의 ‘종군 문인’으로서 그는 예상되는 미-이라크 전쟁과 그를 전후한 현지 상황을 <한겨레>에 보내 올 참이다. 출국을 앞두고 오씨를 만났다. ‘종군복장’을 연상시키는 카키색 점퍼 차림의 그는 다소 상기되어 보였지만 씩씩하게 각오를 밝혔다.
“작가회의에서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선뜻 자원했어요. 약간의 경합을 뚫고() 확정이 됐고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돼 출국하는 것이지만, 결코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인간방패’로 현지에 간 비폭력평화연대 회원들의 활동을 존경 반 부러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았거든요.”
작가회의는 미국의 전쟁 기도에 대해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줄기차게 반대 목소리를 내 온 터였다. 그렇더라도 회원인 작가를 전장에 보내기로 한 결정은 이례적이다.
“작가회의로서는 반전평화운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탐욕이 빚어낸 이번 전쟁에 대해 앉아서 투덜거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말하자면, 전쟁과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 하고, 가서 보고 기록하고 작품화할 의무 또한 있다고 생각해요.”
부시를 필두로 한 미국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전쟁 기도를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는 아름답고 믿음직스럽다. 문학의 힘은 바로 그런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문학적인 맥락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제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을 쓴다면 그것이 한국문학에도 이바지가 되겠지만요.(웃음) 무엇보다 작가회의가 파견한 작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껏 해 볼 생각이에요. 전쟁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한 일상, 전쟁의 비참하고 끔찍한 실상, 전쟁이 가져올 어린이와 여성 등 난민의 고통과 분노를 똑바로 보고 정확하게 기록할 겁니다.”
그렇더라도 조금은 겁이 나지 않을까.
“물론 겁이 나죠. 지금이라도 전쟁을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추면 좋겠어요. 그러나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들은 걱정이 많아요. 오빠가 군의관으로 걸프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터라, ‘우리 집안이 연달아서 이게 웬일이냐’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오수연씨는 1994년 장편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로 등단했으며, 단편집 <빈집>과 연작소설집 <부엌>을 펴냈다. 특히 2년간의 인도 체류 경험을 살린 <부엌>은 그에게 제34회(2001년도) 한국일보문학상을 안겨주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0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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