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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한국·베트남의 "문학적 화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통해 베트남전에서 큰 고통을 겪어야했던 베트남 국민들께 사과드립니다.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실 레스토랑.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 초청으로 내한한 베트남 작가단 환영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이 정중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특히 황석영씨는 "자의적인 참전은 아니었지만 작가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게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작가동맹 휴틴 서기장은 다음과 같은 답사로 화답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제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보존하려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를 목도한 한국 작가의 경험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같은 한국과 베트남 작가의 만남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문학이 아픈 역사의 당사자인 두 나라 사이에 화해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나아가 슬픈 역사의 기억을 보존하고 보듬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중요한 임무임을 두 나라 작가들은 손을 맞잡아가며 재확인했다.
이같은 의미에서 이날 두 나라 작가단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체결한 합의문을 바탕으로 과거사의 화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에의 기여, 항시적인 교류 등을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양국 상호간에 단편소설과 시를 선정해 번역.출판, 내년부터 양국 작가의 상주제도 시행, 출판물 상호교류" 등을 해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양국의 문학 작품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일회성 방문 행사를 넘어선 작가 교류의 성과다.
전쟁이 인간성을 얼마나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 그려낸 문학작품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양국민의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인들은 우리의 소설을 읽으며 한국의 참전용사 또한 넓은 의미의 피해자였음을 문학의 이름으로 보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지배에 사과하는 진보적 일본 작가에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듯 베트남인들 또한 이날의 행사를 소중하게 기억할 것임이 분명하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2002년 10월27일 오후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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