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무협작가들의 사이버 아파트' -무림향 운영자 우지연씨

지난 8일(화), 민족문학작가회의 주최로 인터넷 문학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움 '문학, 인터넷을 만나다'가 개최됐다. 최초로 인터넷 문학 사이트들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제출돼 화제가 됐던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했던 무협작가 연합 사이트 무림향(www.murimpia.com) 운영자 우지연 씨를 온라인 상에서 만나봤다.

▲인터넷에서 문학을 표방하고 있는 사이트들의 성격은 어떤가

흔히 서브장르라고 하는 SF, 환타지 등을 표방한 장르 쪽 사이트들은 '프리마켓'과 '팬덤'의 성격으로 갈라진다. 현재 대부분의 문학 사이트들은 이 두 가지 성격을 다 갖고 있다. 프리마켓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등단 코스를 밟지 않고 책으로 나오는 유일한 코스의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 팬덤은 애호가·동호인들이 활동하는 문학 동호회 성격이 강하다. 특별히 어떤 장르가 더 낫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어느 쪽이든 전문화되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PC통신 시절부터 활동한 걸로 알고 있는데 통신이나 인터넷등 기술적 측면이 작품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가

VT모드로 볼 때보다 웹 상태가 그림이나 음악 등 멀티미디어적 접근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올리는 사람도 편하게 올릴 수 있고 보는 사람도 클릭만 하면 되니까 접근성은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매체에 따른 변화는 정말 사소한 것이다.

▲인터넷 문학들이 제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인터넷 상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끼리 하는 말이 있다.“XX는 온라인 연재가 더 좋았던 것 같아”,“책으로 나오니까 느낌이 너무 다르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온라인으로 남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물론 오프라인 문학, 그러니까 기존 문학들은 고급이고 인터넷상의 문학들은 저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적합한 매체는 따로 있는 것이고, 있을 자리를 제대로 찾은 글이 좋은 글 아니겠는가.

▲현재의 인터넷 문학에 대한 평가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꽤 오래된 얘기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퇴마록을 예로 들자. 퇴마록이 하이텔 게시판에서 머물렀다면 지금 인터넷 문학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오묘한 긴장감도 덜할 것이다. 퇴마록은 기존 문단의 시각으로는 잴 수 없는 작품이다. 물론 퇴마록의 출판을 통해 인터넷 문학에 대한 선입견은 충분히 조성됐다.

지금은 인터넷 문학들에 대한 평가잣대를 들이대기 보다 인터넷 문학에 대한 개념 자체의 정립이 더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문학활동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에 그에 맞는 옷을 입히는 것이 순서다.

▲인터넷 문학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함의는 다양하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전문가·오프라인·기성세대·제도권… 이 모든 단어들에 대한 반대라고 생각된다. 어느 것 하나를 짚기보다 이 모든 것에 걸쳐 있는 것이 인터넷 문학이 아닐까. 인터넷이라는 단어 자체도 기술이면서 문화이면서 매체라는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제도권 작가가 자기 홈페이지에 실험작을 연재하는 것과 아마추어 작가가 판타지 포탈 사이트에 대하서사를 연재하는 것은 똑같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행위지만 동일한 문학행위는 아니지 않은가.

▲인터넷 문학에 대한 기존 제도권 문단의 평가절하에 대한 생각은

나는 소설이 내포할 수 있는 가치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도권이 자신의 자로 잴 수 없는 인터넷 문학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 문학이 교과서에 실리는 등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인터넷 문학이나 사이버 문학에 대한 논쟁에 더 진지한 것은 제도권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 한다고 문학 현상을 재단하는 경험은 제도권이 풍부하니까 이번 심포지움 같은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자가 만들어지면 전체적인 의미에서 다같이 발전하는 것일 테니까.

▲인터넷 문학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인터넷 문학에 대한 우려는 이 문학이 통제되지 않는 대중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존 독자로만 존재하던 대중소설의 개념과 달리 인터넷에서 대중성은 쓰기까지를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인터넷 문학은 최소한 몇십년 동안은 학문의 영역이 아니지 않을까.

인터넷 문학에 긍정적인 분들은 대중의 긍정성을, 부정적인 분들은 대중의 우매성을 믿는 것일텐데 솔직히 대중은 그 두 모습을 다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문학 역시 두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장르는 유행에 따라 변화하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정보와 비평을 주고받는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니리포터 정지은 / roo-ni@hanmail.net

편집시각 2002.10.14(월) 16:14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