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근대문학의 새벽녘 되돌아보기

김상용 김소월 나도향 정지용 주요섭 채만식 탄생 100년

김상용, 김소월, 나도향, 정지용, 주요섭, 채만식….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 근대문학의 초창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시인·소설가들이라는 대답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1902년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적지 않은 이들이 `그랬던가’라는 반응을 보이리라. 문학적 색깔과 지향이 다르면서도 나름대로 탄탄한 자기 세계를 이룩한 이들이 동갑내기였다니! 1902년이란 한국문학에 거대한 축복이 아니었나.

올해로 100년을 맞는 이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잔치가 열린다. 오는 26,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과 명동 밀리오레에서 열리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그것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하는 행사. `근대문학, 갈림길에 선 작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지난해 행사의 주인공들은 김동환, 박영희, 박종화, 심훈, 이상화, 최서해 등이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식민지의 노래와 꿈’으로 잡았다.

행사는 크게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으로 이루어진다. 심포지엄은 첫날을 김상용, 김소월, 정지용 등 시인들에게, 둘쨋날은 나도향, 주요섭, 채만식 등 소설가들에게 할애했다. 첫날은 유종호(연세대 석좌교수)씨가 총론을 발표하고, 황현산(고려대 교수)·김대행(서울대 교수)씨가 각각 김상용과 김소월에 대해, 그리고 박철희(서강대 명예교수)·김신정(문학평론가)씨가 정지용에 대해 발표한다. 이튿날은 김인환(고려대 교수)·최유찬(연세대 교수)씨가 총론 격의 발제를 한 데 이어, 우찬제(서강대 교수)씨가 나도향에 대해, 이주형(경북대 교수)·손정수(문학평론가)씨가 채만식에 대해 발표를 한다. 이들말고도 오형엽(수원대 겸임교수)·김경수(서강대 교수)·신수정(문학평론가)씨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27일 저녁 7시부터 명동 밀리오레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은 일반 독자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다. 특히 `시민 시·산문 낭송대회’가 관심을 끈다. 올해의 주인공인 여섯 문인들의 작품을 택해 낭송 솜씨를 겨루게 되는데, 최우수상에 30만원 상당의 부상이 주어진다. 접수는 작가회의(02-313-1486)에서 한다. 이밖에도 정희성·김성동·오수연씨 등 현역 문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고, 김소월과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연주되며,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나도향의 <물레방아> 등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다큐멘터리로 편집해 감상하게도 된다. 정지용의 장남 정구관씨, 김소월의 삼남 김정호씨 등 문인들의 유족도 행사에 동참한다.

이와 같은 국내 행사와는 별도로 정지용 시선집 일역판이 일본 카신샤에서 다음달 초에 출간되고, 소월 시선집 러시아어판도 올해 안에 러시아 현지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또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역시 러시아에서 소월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추진 중이다.

작가회의와 대산재단은 김기진, 김영랑, 송영, 양주동, 윤극영, 이은상 등 내년에 탄생 100년을 맞는 문인들을 위한 행사도 추진하기로 하고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2002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