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논평>
검찰은 정권의 시녀가 아니다, 이제라도 국민 편에 서라
-NLL 대화록 수사결과 발표에 부쳐
NLL 대화록 논란과 관련한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된 시점이 공교롭다. 세월호 사건 이후 격앙된 국민의 분노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반영되리라고 예측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효과 때문이든, 야당의 무능 때문이든, 여하튼 국민은 현재의 정부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셈이다.
그런데 닷새 후 발표된 검찰의 수사결과는, 정부여당이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작정인지를 명백히,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검찰의 문제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사회의 폐단과 국가기관의 무능과 안일이 성토되고 있는 시점 아닌가.
이와 같은 때에 드러난 검찰의 정부여당 편들기는 그들이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일과 보신 외에는 어떠한 원칙과 소신도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이번 검찰 조사 대상자들은 중요 국가기밀 문서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적으로 공개, 활용했으며 더욱이 악의적으로 왜곡하기까지 했다. 국가 운영의 원칙을 위해서도, 외교적 신의를 위해서도, 혹은 정치윤리의 기본을 위해서도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의 무혐의 처리는 검찰의 권위와 존재감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법의 공정성도 완전히 잃었다. 발표시점마저 정권의 유불리를 따져 정함으로써 법의 독립이라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이 무색해졌다. 이로써 우리는 검찰이 원칙도 정의도 없이 오로지 기득권자의 이익 지키기에 몰두하는 사익집단으로 전락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날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쳤던 구호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호헌철폐. 법을 지키지 말라고 국민들은 정부를 향해 외쳤다.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법은 과감히 철폐되어야 함을, 법보다 민의가 위에 있음을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검찰은 잠시의 권력에 도취한 오만한 정권이 아니라 법의 근본을 기준으로 하는 국민의 판단을 두려워해야 한다. 검찰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당장 그만두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게 검찰이 이 땅에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이다.
2014년 6월 12일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