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판단을 존중하는 재판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지난 10월 28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안도현 시인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뜻밖에도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11월 7일로 유예하였다. 우리는 재판부가 선고를 미룬 이유에 대해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27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돌아보면 더욱 그러하다. 젊은 작가 137인의 정권교체 선언과 관련하여 광고 게재 실무자로 검찰에 기소되었던 소설가에게 배심원들은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당시 담당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하여 벌금 백만원을 최종 선고했다. 우리는 수차례 성명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들이 내린 유죄 평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하였다. 무엇보다 국민참여재판이 비록 완벽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상식과 양심에 의거한 국민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에 대한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을 재판부가 수용하지 않고 선고를 미루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언론은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들을 비난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겼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려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반 국민이 참여한 재판의 결과마저 좌지우지하려는 행태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재판부의 선고 유예가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부정하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재판부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 법의 기원은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3년 11월 6일
(사)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