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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공안정국 조성에 대한 결의문
파도와 바닷가 바위와 산호초는 평화 속에서만 공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군함과 미사일과 군사기지는 평화를 안전이라는 콘크리트로 매립하고 나서야 가능한 것들이다. 여기에 덧칠해진 경제발전에 대한 욕망은 평화를 깨기 위해 국가 권력이 주입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는 무기나 경제발전을 빙자한 파괴 욕망과는 결코 병존할 수 없으며 평화는 오직 평화로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작가들의 한결같은 믿음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지난 4년 동안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연과 그 속에서 이루어졌던 평화로운 삶만을 주장해 왔다. 그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기만적인 국가 안전을 운위하며 누대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무리들은 누구였던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법의 칼'을 뽑아드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자유를 제 심장으로 삼고 이상에 대한 상상력을 제 날개로 삼는 우리 작가들은 깊은 우려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이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결코 모르지 않는다. 도리어 법을 비웃으며 제 잇속을 챙기는 이들이 얼마나 강고하게 뿌리박고 있는지 몸서리치도록 경험하고 있다.
오래된 평화를 위협하는 해군기지는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을 법정구속하는 행태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협박과 침탈이라고 우리 작가들은 받아들인다. 삶은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법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생긴 부수적인 기능이 아닌가. 사회구성원의 삶을 보호해야 할 법이 도리어 삶을 참담한 지경에까지 내모는 전도된 가치 속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평화와 생명을 갈구하는 강정마을의 외침을 법의 이름으로 틀어막겠다는 발상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온 것임을 우리 작가들은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지금 강정마을에 가해지는 탄압도 정권의 비도덕적인 이익을 위한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에 불과할 뿐이다.
문학은 삶의 아름다움을 언어화하고, 비틀린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오고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기에 우리 작가들은 강정마을에 대한 탄압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 탄압이 곧이어 우리 사회의 양심에 대해 전방위적인 억압을 가할 것이라는 직감 또한 떨치지 못하겠다. 이런 졸렬한 방법이 훗날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래의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 점을 무겁게 경고하는 바이다. 우리 작가들은 우리의 이웃들과 여린 생명들이 받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 함께 전율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정부는 구시대적이고 퇴폐적인 '공안대책협의회'를 해체하라!
하나. 검찰은 강동균, 김종환, 김동원을 석방하라!
하나. 정부는 항구적인 평화를 해치는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라!
하나. 정부는 자연과 대지를 더 이상 파괴하지 말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뭇생명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하나. 정부는 제주도를 실질적인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라!
(사)한국작가회의 '2011년 한국작가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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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