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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성명서
GS건설은 두리반 생존권을! 한전은 전기를! 되돌려 놓으라.
2009년 12월24일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GS건설이 고용한 용역들에 의해 강제 철거된 후 시작된 홍대 앞 식당 두리반의 생거 농성이 무려 200여일을 넘어섰다. 폭염임에도 좁아터진 공간에서 선풍기도 틀 수 없고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할 수도 없다. 문을 열면 대로의 소음과 공사장의 먼지가 수북이 몰려오는 곳, 두리반은 이렇게 피서 중이다. GS건설의 행동대 격인 시행사 남전디앤씨가 한전과 지하철공사를 들쑤셔 전기를 끊어서 생긴 반인간적인 풍경이다. 가뜩이나 삶의 절벽에 내몰린 그들은 가만히 있어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두리반 주인들에게는 파렴치한 혐의가 하나 더 붙었다, 盜電, 즉, 전기도둑이다. 인근 지하철공사장의 전기를 끌어다 썼는데, 이게 불법적인 사용이라는 것이며, 두리반 건물의 법적 명도자인 건설사의 요청에 따르는 것이 현행법상 타당한 행정집행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 두리반 바로 옆에 있는 계량기는 신원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절단되는 바람에, 부득이 얻어다 쓰는 전기였건만 이런 상황은 한전이나 건설사에게는 애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유사 이래 물력과 금력이 있는 세력들은 이런 침소봉대식의 비유를 즐겨 쓰며 겁박하기를 즐긴 것을 잘 안다. 그러나 盜電을 말하기 전에 삶을 송두리째 도둑질해 간 세력은 누구란 말인가. 어렵게 모은 전 재산에 거기에 보태 빚까지 얻어 작은 식당 하나 얻었건만 세입자라는 이유로 그들에게는 고작 기백만 원의 이사비가 협박과 함께 제시되었을 뿐이었다. 800만원 하던 땅값은 열배 이상이 뛰어 매수자인 건설사는 투기적 성공을 거뒀지만 가난하고 무력한 세입자들에겐 시설투자비도 영업보상비도 아무것도 없었다. 항시 투기와 개발의 뒤안에는 ‘삶의 몰수’가 뒤따랐고 법은 투기개발자들의 편이었다. 지금 소설가의 아내이자, 아름다운 도둑이자, 동교동 167번지 세입자대책위원장인 안종려씨는 지금 열흘 가까이 마포구청에 농성 중이다. 전기라도 돌려달라고.
“우리는 보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인근에 점포를 얻게 해 달라”는 그들의 요구는 남한강변에서 말라 비틀어가는 단양쑥부쟁이의 비명과 다르지 않으며 마침내 보상도 싸워보지도 못하고 쫓겨난 가난한 세입자들의 떠돎은 흙탕물속에서 숨 가쁜 누치나 잉어의 부유와 결코 다르지 않다. 불도저와 삽날 아래 파헤쳐지는 것은 자연이든 인간이든 잔인한 내상을 입는다. 우리는 피할 길 없는 삶 앞에 놓인 높고 외롭고 쓸쓸한 목숨붙이들을 생각해본다.
지금 두리반에는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들락거린다. 용산 남일당처럼, 우리의 담담한 희망이 어떤 바람이라도 되어 저들의 핍진한 땀을 식힐 수 있을까? 하며, 용산의 아픔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전기가 끊긴 두리반에 촛불로 일렁인다.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문화는 힘이 세다. 경계를 넘고 법치를 넘고 위악을 조롱하며 혼자만 잘 살아보겠다는 것들의 치장을 벗겨내고 알려내는 잔잔한 힘 말이다. 우리는 웃으며 노래하지만, 담담히 시를 읽겠지만 아직은 그럴듯해 보이는 당신들만의 아파트 브랜드명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들추어내는 일밖에 잘할 일이 없으니, 기대난망한 일임에도 그러나 호소한다. 저들의 삶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라! 저들의 주방과 식탁을 돌려달라! 저들의 목숨이자 일가의 미래이자 작은 용산이어서는 안 되는 두리반을 돌려달라! 당장!
2010년 7월 29일
(사)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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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