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함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대한민국 제 15대 대통령이 서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한 서거를 목격한 지 87일째 되는 날이었다. 고인의 죽음을 접한 우리 문학인들은 애통함에 말길이 끊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으며, 분단된 민족사의 혈로를 뚫었고, 인권과 평화에 대한 투철한 신념은 물론 행동하는 양심의 중요성을 영면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역설했던 정치인이자 비판적 지식인이었고, 정치의 언어를 한 비범한 시적 경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었다.
그의 정치적 사자후는 응결된 눈물의 다른 표현이었다. “사공의 뱃노래”로 시작되는 <목포의 눈물>은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으로 끝나지만, 그의 눈물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가 한반도의 자장을 뛰어넘어 그것을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인동초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견결한 염원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눈물 흘리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민족사와 민주주의의 숨 막히는 위기 속에서의 명료한 정치적 결단의 상징이었다. 80년대 망월동에서의 사무치는 통곡과 “내 몸의 반쪽이 무너졌다”고 말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의 통곡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기도이자 염원이었으며 결단이었고 다짐이었다.
이것은 모조리 불구화된 민주주의와 분단된 민족현실과 폭력을 동반한 반동적 강권정치와 비정한 인권상황에 대한 비폭력 불복종의 정치적 선언이었고, 죽음조차도 마다않는 평화주의에 대한 열망이 제어할 수 없는 몸의 언어로 분출된 것이었다.
고인의 서거 앞에서 애도의 수사는 높고 슬픔의 몸부림은 깊다. 그러나 애도에 함몰되는 것은 고인의 유지를 계승하는 것으로 흡족하지 않다. 애도는 깊되 고인이 쉰 목소리로, 피맺힌 심정으로 죽음 직전까지 말했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단말마의 선언을 우리는 곱씹어야 한다.
그 피맺힌 선언이 고인의 죽음을 앞당긴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비상한 시국상황 속에서 우리가 다시금 결심하게 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단지 짜디짠 눈물을 뿌리는 것만으로 산 자의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명백한 다짐이다.
“항구에 맺은 절개”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결코 피로 쓴 민주주의의 깃발을 내릴 수 없다. 혹한의 눈발 속에서도 인동초는 기어이 피어난다.
삼가 고인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한다.
2009. 8. 19
(사) 한국작가회의
|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