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비정규직차별철폐를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문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쌀을 불태웁니다. 노동자들이 밥을 먹고 살게 해달라고 거리로 뛰어나와 피울음을 터뜨립니다. 청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만들라고 이우성치다가 세상과 등진 채 아무렇게나 삽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생계형 자살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거리에는 노숙자가 넘쳐나는데 정부와 자본가는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선진화는 누구를 위한 선진화란 말입니까?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 하나가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문제입니다. 비정규직들은 임금과 복지의 차별로 인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마저도 박탈당하고 있고 인간적인 자존심까지 짓밟히면서 힘겨운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삶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인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비정규직이 가장 급속도로 증가한 나라로써 차별 역시 가장 크게 심화된 국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본과 정권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예숧인들은 자본과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비정규직화 시켜 그들의 삶을 더욱 피폐한 삶으로 몰아넣을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불법, 탈법은 물론 노동자들의 땀과 피로 경제 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으로 I.M.F 외환위기를 맞자 기업들은 구조조정 칼날을 내세워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란 낙인을 찍어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그러다가 기업은 슬그머니 그들 중에 일부를 비정규직으로 재입사시켰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버려버리는 소모품처럼 인식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낮은 저임금, 복지 및 휴가조차 정규직들처럼 갖지 못하는 비정규직들을 대량 양산해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 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담함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비정규보호법안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습니다. 정부가 세계시장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지만 성장과 분배는 독립적으로 분리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분배의 골이 깊으면 그 골이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그때는 이미 경제위기와 계층 간의 위화감도 커져 돌이킬 수 없는 반목과 갈등이라는 극단적 사회양극화 현상에 의해 우리사회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불행합니다. 언제 우리 국회가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이 있는 가를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달려 왔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서 참여 정부가 존재하는지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면서 사회양극화가 무섭도록 심화될 수도 있는 지금의 비정규직 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이런 이율배반적인 논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국민 대다수를 위한 경제발전이라는 대승적 입장에서 정부와 국회 노동단체들이 동일노동 가치에 대한 동일임금이 지급될 수 있는 원칙 하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대화와 타협으로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 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비정규직 권리입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그 과정이 아무리 길고 험난하더라도 서로의 이견을 좁혀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법을 만들어 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의해 현재의 정부(안)데로 비정규직 법이 본회의를 통과 된다면 사회 양극화를 넘어 우리사회는 극단적 사회양극화로 치달아 곤경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해관계를 떠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비정규직 법안이 전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민족문학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미술인협회, 그리고 노동만화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예술가들은 시대의 부름에 부끄럽지 않게 작가적 양심으로 정부와 국민들에게 예술적 표현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고자 합니다. 그 행위의 표현으로 우리 사회의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민족문학 작가회의 작가들의 시 38편을 시화로 만들어 노래할 것입니다. 또한 민족미술인협회 화가 25명이 눈부신 색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의 단면을 보게 할 것이며 노동만화네트워크 만화가들이 차별을 강요하는 모든 것들을 풍자하면서 일갈을 내지를 것입니다.
이 행사는 1년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시 부산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광주, 대구, 강릉으로 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순회 전시를 할 것입니다. 철도와 지하철역사에서 버스터미널에서 공항에서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공간에서 노동 현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소리 높여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물고를 트게 만들 것입니다.

이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결연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문화예술인은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담합과 날치기로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 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날치기 담합 행위를 전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비정규직 보호입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한다!

하나. 정부는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이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서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을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