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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서(2001.9.11) 미당 서정주문학상 제정 반대
이름 관리자



성명서를 발표하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지역문학인들인 우리는 '2001년도 작가회의 하계수련회(8/4∼5)'에서 현 시국과 관련하여 의견을 나누던 중 중앙일보사가 제정한 <미당문학상>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친일과 친독재 행위로 얼룩진 대표적인 문인인 미당을 기리는 문학상이 제정되는 데도 문인들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지나친 순응주의요 패배주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지금까지 글, 혹은 교육현장에서 친일과 친독재 행각에 대해 비판해 왔으면서도 정작 미당문학상 제정을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심각한 자기분열이요 자가당착이다. 이에 지역문학인들이 총의를 모아 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사)민족문학작가회의 강원지회(지회장 이상국)/경남지회(지회장 김춘복)/경북지회(지회장 이대환)/광주·전남지회(지회장 나종영)/대구지회(지회장 이하석)/대전·충남지회(지회장 김흥수)/부산지회(지회장 오정환)/울산지회(지회장 김태수)/인천지회(지회장 대행 이경림)/전북지회(지회장 최동현)/제주지회(지회장 김병택)/충북지회(지회장 도종환) (가나다 순)



문 의: 도종환(충북작가회의 지회장 011-230-0354)
나종영(광주·전남작가회의 지회장 016-654-8082)
김용락(대구작가회의 사무국장 016-526-5693)


<오도된 역사와 현실을 거부하며>


지금 우리 사회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 문명사적으로도 전환기일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과거의 낡은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이루면서 혼돈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지역문인들은 문학의 계몽적 성격
에 새삼 주목을 하고자 한다. 인류 역사 이래 문학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
한 정신적 매체로 보다 고귀한 인간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독려해 왔다.
문학의 여러 기능 가운데에서 우리가 계몽적 성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시기나 당대의 현실에 주목하고, 보다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이 구현되는 성숙한 삶의 영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문학이 기여해 온 것
이다. 이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정신적 혼돈기에 처한 오늘날 문학의 역할은 새삼
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의 대사회적인 역할과 정의로움에 주목해 온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회원
인 우리는 최근 국내의 한 신문사가 제정해서 시행하고자 하는 <미당문학상>에
대해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우선 문학적 평가가 분분한 한 시인을 대상으로 사
회의 공공성에 기여해야 할 신문사가 상업적 이유로 특정인의 이름이 상찬된 문
학상을 제정한 사실은 사려 깊지도 않고 적절치도 못하다는 판단이다.
미당 서정주의 문학에 대해서는 작품 자체의 미학적 수준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친일· 친독재 행적 등 그의 문학적 생애에 대해서는 앞
으로 더 가려야 할 부분이 많다. 가령 그에 대한 문단 일각의 찬사라 할 수 있는
'부족언어의 마술사'니 '하나의 정부'니 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은 그의 문
학작품에 대한 엄정한 비평적 근거가 없는 하나의 수사에 불과하다.
서정주 사후, 근래 우리 문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정주 문학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보면 그간 우리 문단이 서정주 문학에 대해 턱없이 신비화하거나 고평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고평가와 신비화마저도 친일과 친독재로
일관해 온 그의 문학적 악영향과 잔재로서 이는 오히려 역사 청산 차원에서라도
극복하고 시정해야 할 우리의 아픈 상처이자 얼룩이다.
그런데도 특정 신문사가 미당문학상을 제정하고, 소수의 미당 제자나 추종자들
이 이에 동조하는 것은 그릇된 역사인식과 오도된 가치관을 무반성적으로 드러내
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사회가 처한 가치관의 혼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민족을 배신하고 독재권력에 부역해 일신의 영달을 꾀한 자의
문학이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어떤 교육적 명분으로 읽힐 수 있단 말인가? 정
의를 인간공동체의 최고선으로 가르쳐야 할 인류문명사적 대의 앞에 과연 어떤
변명으로 불의와 변절로 점철된 한 인간의 문학을 옹호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민족문학작가회의 각지역 문인들은 서로 견결히 연대하여 그릇된 이름으
로 제정된 <미당문학상>을 반대하며, 소속 문인들은 이 상이 시행되는 데 어떤
형태로든지 참가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수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이 상을 거부할 것이다. 이 상에 대한 거부
는 문학이 문학다운 위엄을 얻고 문학하는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적 존엄
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우리는 미당문학상의 제정을 반대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의 옷매무새
를 고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이유도 바로 문학
이 오도된 역사와 부패한 현실과는 어떤 명분으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엄정
한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2001년 9월 11일
(사)민족문학작가회의 강원지회(지회장 이상국)
경남지회(지회장 김춘복)
경북지회(지회장 이대환)
광주·전남지회(지회장 나종영)
대구지회(지회장 이하석)
대전·충남지회(지회장 김흥수)
부산지회(지회장 오정환)
울산지회(지회장 김태수)
인천지회(지회장 대행 이경림)
전북지회(지회장 최동현)
제주지회(지회장 김병택)
충북지회(지회장 도종환)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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