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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주] 최호일 시인 시집 『바나나의 웃음』문예중앙. 2014. 2 출간
이름 김명 이메일



바나나의 웃음

 

바나나의 웃음 최호일 시집

문예중앙시선 | 31

최호일 지음 | 중앙북스 | 2014년 02월 20일 출간

 

'문예중앙시선' 31권. 2009년 「현대시학」 신인작품공모로 등단한 최호일 시인의 첫 시집. '저 곳 참치' 외 4편의 시로 등단한 최호일 시인은 "우리의 기존 관념과 감각을 깨는 발랄하고도 또렷한 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외로움이 유발하는 천진한 상상력"(손진은 시인) 등의 호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바나나의 웃음>은 갸우뚱한 감정을 향한 여행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이미 익숙한 것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향해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작별을 고한다. 이를테면 옆에 있는 당신과 내 발에 익은 이 거리와 잠시 헤어지기 위해 떠나는 길. 황당하게도 그 길은 '콜라를 사기 위해 먼 아프리카로 가는 길'이다. 또는 오렌지들이 사는 오렌지 나라로 가는 일이다. 돈키호테 같은 황당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서 익숙한 것이란 우리에게 통념으로 자리 잡은 관습들이다. 예술의 미덕은 언제나 익숙한 것들을 깨고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데서 나타났다. 아직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호한 감정'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그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이상한 그늘'로 향하는 무모한 일임을 시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낯설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불안해지는 바나나"가 "드디어 생선이 되는" 황당한 유머 감각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낯선 곳을 향한 발걸음은 많이 무겁지 않다. 양쪽 발에 신은 신발이 제각각인 것처럼 엉뚱하고 또 경쾌하다. 오른발에는 빨간 장화를 신고 왼발에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도착하는 곳, 그곳에 사라진 바나나의 미래가 있다. "바나나,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줘."

1부
바나나의 웃음
경제적인 일
기분으로 된 세계
좋은말
비누
저 곳 참치
열두시에 다가오는 것
당신들의 취향
내 입속은
사라지는 오렌지
정전
음부꽃
코발트블루
다낭, 단양 연가
이상한 그늘
장지동 버스 종점



2부
아는 여자
하얀 손이 놓고 간 것
민달팽이
태어나는 벽
필라멘트
로봇들의 약속
새가 되는 법
엑스트라
연기자들
행인
벌레 먹은 시
위험하다
보라색 시
노란 모자를 조문하는 법

안쪽

3부
웃음의 포즈
두 개의 수요일
흩어진 말
당신의 시계
가면놀이
너무 많은 이해
머리카락이 자라는 시간
고통의 메뉴
슬픔의 유래
김장을 안하는 명백한 이유
감은 눈
자판기
피자
두시 바람
허공
손에 관하여
7월 여자

4부
스위치
동쪽으로 세 발짝
춤추는 신데렐라
오늘 그림자
아파트
비빔밥과 분리수거에 관한 질문
물방울에 대한 기억
일 분 동안 우산
아주 오래된 약속
조용한 손
이모

의자 이야기
수수와 꽃과 다리
열한시 반
마야

해설 | 그늘의 중력, 둥근 존재의 비밀·이재복

 

 

 

 
바나나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

바나나를 밤과 낮으로 나눈다

바나나를 동쪽과 서쪽으로, 만남과 사소한 이별로, 여자의 저녁과 남자로

나눈다

바나나로 세계를 나눈다

불안해지는 바나나

드디어 생선이 되는 바나나

왼쪽 바나나가 사라지고

바나나의 미래가 사라졌다

아 바나나 하고 웃는 바나나

바나나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줘

―「바나나의 웃음」전문

 


콜라를 사러 간다
콜라를 사기 위해 먼 아프리카로 간다
당신과 이 거리와 잠시 헤어지기 위해 그곳에 간다
손잡이가 없는 컵에 콜라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컵이 없으면 그냥
다시 돌아오기 위해
시간이 잠시 남아 있으면 남아 있던 콜라를 다 마시고
비행기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고
구름 속에 묻힌 채 잠을 자자

여기가 어디지
밤에는 왼손을 벌레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리고
간판이 떨어진 병원에 들러
앓다가 돌아오자
병원 벽에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낙서
내리는 빗방울

친구들은 웃고 또 웃겠지
콜라를 사기 위해 아프리카에 가다니
비행기를 타고 가다 졸다니
나는 조금 웃는다
그곳에서 콜라를 마시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 산다고
아프리카는 그러기 위한 장소

콜라를 그리워하며
콜라를 사러 아프리카로 가자

―「경제적인 일」전문

 


오렌지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사람
사람의 투명한 옷을 입고 의심하고 이해한다 오렌지가 되려면 오렌지의 크기와 색깔과 색다른 구두가 필요하고
열 개의 손가락이 당장 필요하다
만일 당신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면
그건 오렌지의 감정

문을 열고 들어가 비와 사람의 단추를 누르면 주렁주렁 열리는 팔과 다리들 오렌지는 사람들을 박스에 넣어 선물한다
당신과 나 사이를 주고받는 어느 선물

상자 속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빠져나온 옆구리처럼 걸어 다닌다
뒤돌아보았을 때
일정한 높이와 냄새와 수만 개의 눈을 가지고

오늘 계단은 몇 개의 기분일까
백만 년 전 우리는 허리를 숙이다가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굴러떨어진 노을이었지 그걸 주우려다 또 떨어뜨린 노을빛

저녁은 가장 오래된 물질
죽은 척하고 놓여 있는 이 오렌지는 지워진 안개와 강물이 다 사라지는 오후와 다른 사람이 사는 마을을 거쳐 여기 희미하게 굴러 온 것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천천히 다녀온 사람들로
아는 얼굴로

―「사라지는 오렌지」전문

 

 
저자 최호일 :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09년 월간《현대시학》에 「저 곳 참치」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외로움이 유발하는 천진한 상상력

2009년 《현대시학》 신인작품공모로 등단한 최호일 시인의 첫 시집『바나나의 웃음』이 출간됐다. 「저 곳 참치」외 4편의 시로 등단한 최호일 시인은 “우리의 기존 관념과 감각을 깨는 발랄하고도 또렷한 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외로움이 유발하는 천진한 상상력”(손진은 시인) 등의 호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바나나의 웃음』은 갸우뚱한 감정을 향한 여행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이미 익숙한 것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향해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작별을 고한다. 이를테면 옆에 있는 당신과 내 발에 익은 이 거리와 잠시 헤어지기 위해 떠나는 길. 황당하게도 그 길은 ‘콜라를 사기 위해 먼 아프리카로 가는 길’이다. 또는 오렌지들이 사는 오렌지 나라로 가는 일이다. 돈키호테 같은 황당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서 익숙한 것이란 우리에게 통념으로 자리 잡은 관습들이다. 예술의 미덕은 언제나 익숙한 것들을 깨고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데서 나타났다. 아직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호한 감정’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그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이상한 그늘’로 향하는 무모한 일임을 시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낯설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불안해지는 바나나”가 “드디어 생선이 되는” 황당한 유머 감각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이 낯선 곳을 향한 발걸음은 많이 무겁지 않다. 양쪽 발에 신은 신발이 제각각인 것처럼 엉뚱하고 또 경쾌하다. 오른발에는 빨간 장화를 신고 왼발에는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도착하는 곳, 그곳에 사라진 바나나의 미래가 있다. “바나나,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줘.”

웃음은 둥글고, 둥근 건 이상해

당신 앞으로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한다. 상자를 열어 보니 바나나가 있다. 그런데, 바나나가 웃고 있다. 둥그스름하게 휘어진 바나나가 둥그스름한 웃음을 지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당신은 그 웃음을 보고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 것이다. 당신은 처음 느껴본 그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당신은 비로소 그 새로운 감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나나를 먹기 위해 웃고 있는 바나나를

나눈다

바나나로 세계를 나눈다

불안해지는 바나나

 

―「바나나의 웃음」 부분

당신이 바나나를 나누는 일이 세계를 나누는 일과 이어진다. 바나나가 세계이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둥글고 둥근 것은 세계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세상의 모든 감정들이 물질화하는 것 같다. 그러자 당신은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된다. 무엇을 봐도 낯선 기분이 들고, 무엇으로도 기분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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