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배 시집
『기계라도 따뜻하게』출판기념 및 토론 발제문
문영규(시인)
표성배의 문학을 논하기 전에 그가 지금까지 출간한 1집에서 6집까지의 시집 제목을 먼저 열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아침햇살이 그립다』(2001),『저 겨울산 너머에는』(2004),『개나리 꽃눈』(2006),『공장은 안녕하다』(2006),『기찬 날』(2009),『기계라도 따뜻하게』(2013) 이렇게 1집에서 6집까지 12년간의 간극을 두고 거듭되는 동안 그의 시세계는 공장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시집이 거듭될수록 마치 계단을 오르듯 한 단 한 단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같은 시각으로 같은 사물을 거듭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는 작품의 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의 6집 모두가 공장시집이며 그를 우리는 노동자 시인이라고 부르기 전에 공장 시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마창지역에서 공장 시인 한 사람을 갖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며 행운이다. 이는 우리 문학사를 통틀어도 노동자 시인, 공장 시인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는 유일한 시인이다.
뭔가를 추구하는 것은 예리하게 다듬는다는 것인데 그 뜻과 같이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고 변화의 중심에 그의 문학이 일렬로 서 있다는 것을 그는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만이 아니라 아직 그는 공장에 두 발을 딛고 있으면서 한 번도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그의 문학세계와 삶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삶과 문학의 일치라는 법칙을 적용해도 되겠다.
이쯤에서 그의 6집의 의의를 살며 보고자 한다
우선 해설에서 장성규 평론가에 의하면 일반적인 시란 것은 대상물을 잘 드러내기 위해 반드시 수사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상징이나 은유 비유 같은 기타 장치를 쓰게 된다. 이런 수사법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줄곧 회자되고 반영되고 당연시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의 6집에서는 이 수사법보다는 실재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실재적 언어가 그 어떤 수사법 보다 으뜸가는 수사가 되더라 이런 내용으로 해설 되어있다.
기실 수사법이란 대상물이 내 몸에서 멀게 느끼거나 보일 때 보다 잘 드러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적 대상물이 바로 그가 잡고 있는 공구이며 숟가락이며 핸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기계(삶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들)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밀착된 시적 대상물은 오히려 수사법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기술하면 환하게 대상물이 드러나게 되니까 무슨 수사가 필요할까. 그러나 수사법을 쓰게 되면 오히려 대상물이 더 어두워지지 않을까? 그가 사용하는 실재적 언어는 그 자체가 보다 큰 비유가 되고 상징이 되고 있음이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 의의라고 봐도 되겠다.
또한 그의 1집에서 6집까지의 시집 제목만 봐도 그는 어둠에서 점점 밝음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생물의 세계인 기계 즉 공장에서 점점 생명이 꿈틀대는 쪽으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나아가 저 딱딱한 기계의 몸에 피를 돌게 하려는 것(전략)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시인의 의의는 오늘 이른바 노동문학이란 장르를 태동시키고 스타가 된 시인들이 이미 지리멸렬 다 사라진 자리에 혼자 남아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어느 누가 산업현장에 서서 일하는 사람이 직접 현장의 시를 쓰고 있는가?
이미 박노해 백무산 김해화 등 이른바 스타가 된 시인들이 떠나간 자리에 아무도 눈여겨 봐 주는 이 없는 허허 들판에 그가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장엄할 따름이다.
이 땅에서 유일하게 오직 그만이 실다운 노동문학을 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예전의 노동문학을 답습하지 않고 문학다운 문학으로 거듭 발전시켜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의 노동문학 스타들이 겨우 한두 권의 시집을 내고 반짝 스타가 된 뒤, 새벽별처럼 스러져 갔지만 표성배는 6권의 시집을 내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독보적인 현실은 우리 문학사 특히 노동문학사를 다시 써야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문학의 의의가 첫째라고 생각한다.
그의 3집에서 서평을 쓰면서 나는 그의 문학세계를 <전략적>이라 표현한바 있다. 비유하자면 그의 여섯 권의 시집은 6층 석탑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우뚝 솟은 6층탑처럼 각각의 시집이 한권씩 평지에 흩어져 있다면 의의가 약해지겠지만 그는 일층부터 육층까지 기단을 단단하게 만들어 갈수록 예리하게 탑을 쌓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를 어찌 전략적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3년 5월 4일
장소 : 남해해물탕
지회 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