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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슴 찢어지는 통증으로 삶이 울렁거리고 세상이 휘청거립니다. 우리도 이러할진대 가족들은 어떨까요.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애도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애도주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애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합니다.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적의 생환을 바라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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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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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작가회의 추모시>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말 못할까봐, 다시는 말 못할까봐 문자 보낸다.
칠흑의 바다 속으로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미안하다, 부디 용서하지마라.
얼마나 다급했으랴. 네가 마지막 보낸 문자 ‘ㄹ’
기어코 말이 되지 못한 작은 가슴의 자음 하나
부러진 손가락 관절의 숨 가쁜 비명 같은 자음 하나를
꺾여 꿈틀대는 어린 너의 울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아이들아, 부디 용서하지 말아라.
죽음의 시커먼 공포 속에서도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입히는 꽃들아
떨리는 손으로 구명조끼를 서로 묶는 피지 못한 꽃들아
‘가만히 있어’라는 말만 믿고 아직도 바다 속 어딘가
쭈그리고 앉아 떨며 기다리고 있을 꽃봉오리들아
용서해다오. 미친 어른들의 세상을 용서해다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련다.
이 지옥 같은 탐욕의 진창을
이 잔혹한 무책임과 무능을
너희들 이제 울지 말아라.
하늘 가득 노란 분 날리는 나비 떼로 날아올라
훠어이 훠어이
동백꽃 지천으로 피는
서해 바다 고운 노을 속에 쉬어라.
아니, 아니다, 아무래도 아니다.
지금 돌아오너라, 당장.
내 학생, 내 아이들, 우주의 연꽃들아
진창의 세상일지라도
다시 피어올라라, 제발.
이성희(시인,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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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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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신앙 공동체에서 얼마 전 제가 의지하는 분께 드린 기도입니다.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제 부족한 말들이 '슬픔 깎아 먹기'가 될까봐 또 두려운 요즘입니다. 다들 의지하는 곳은 다르지만 그래도 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조금이나마 나눌까 합니다.)
정의의 하나님.
살려주세요, 세상 모두를 굽어 살피시는 주님께서는 그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으셨겠지요. 그 부르짖음에 답하기도 전에 우리는 그 선한 영혼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세상이 죄 없는 아이들을 치는데, 우리가 너무 미련하여 아직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를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열흘여의 시간동안 침몰하는 조국을 홀로 빠져나오며 자신의 책임을 사과할 줄 모르는 뻔뻔한 정권의 실체를 보았습니다. 사건의 책임자이자 가장 큰 죄를 지은 사람이 감히 단죄자가 되어 세상을 벌하겠다 설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 자리보전과 권력 유지에만 급급하여, 생명이 버티고 있는 시간을 무시해버린 죽음의 도우미들을 보았습니다. 지상에는 컨텍터스요, 해상에는 언딘이요, 누리에는 조폭 언론이 장악하여, 이 평화를 꿈꾸던 조국이 어느 새 다시 깡패들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원초적인 부르짖음을 미개하다고 말하는 오만한 인간들이 세상에 차고 넘칩니다. 부패한 모든 것들의 합작품 속에서 크게 슬퍼하는 유족들의 통곡소리가 가득합니다. 주님. 우리도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은 더 가까운 슬픔을 고통으로 앓고 있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너무도 부끄러워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열흘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어떤 분노로 답해야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지 아직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주님. 두렵습니다. 세상이 노란 리본으로 뒤덮이고 있는데도, 그것에서 폭동의 징후를 발견하는 기득권층의 히스테리를 봅니다. 자신의 죄를 알기에 이처럼 방어적으로 나오는 저 죄 많은 인간들에게 부디 주님이 살아계심을 보여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 우리는 성서의 말씀들을 다시 기억하고, 인간의 오만함 속에서 다시 부르짖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친히 보셨으니 가만히 계시지 마십시오. 주님, 나를 멀리하지 마십시오. 나의 하나님. 나의 주님. 분발하여 일어나셔서 재판을 여시고 시비를 가려 주십시오. 주님. 나의 하나님. 주님의 공의로 나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주님. 우리가 침몰하는 뱃속에 있는 것처럼 춥고 어둡습니다. 온몸으로 부르짖지만, 우리의 소리가 전해지기도 전에 파도 속에 잠길까봐 겁이 납니다. 납작 엎드려도 보았습니다. 몸이 기울고, 우리와 어울리던 배 안의 집기들은 우리에게 쏟아져, 가만히 있지 않으면 몸이 더 상할까 두렵습니다. 혹여나 함께 승선한 친구들의 부여잡은 손이 풀리며, 더 이상 말을 걸어주지 않는 날이 올까 하염없이 두렵습니다. 우리가 다 죽었다고 생각하여 바깥의 세상이 주님의 세상을 포기할까봐 부들거립니다. 이 목까지 죽음이 차오르는 세상이 지겨워서 어느 순간 우리 또한 동공이 풀리는지도 모르고 힘겹게 뜬 눈을 감아버릴까 무섭습니다.
주님. 희망이 몰살당한 이 세상에서, 미래가 침몰하도록 내버려두는 무기력한 이 세상에서 하릴없이 주님을 바라봅니다. 부디 구조해 주십시오. 우리의 조국을,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의 생명들을, 우리의 자유를, 우리의 평화와 민주의 세상을 지켜주십시오. 우리의 무능이 또 다른 희망을 해하는 악이 되지 않도록, 우리를 선하고 강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나라에 너무 큰 아픔이 있어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25번째 죽음을 애도하지도 못하고 한 주가 흘러갔습니다. 사건이 사건을 덮쳐 그 파도 안에서 우리가 육신과 정신을 온전히 수습하기가 힘이 듭니다. 부디 생명을 주관하시는 주님. 우리를 가련히 여기시고 부디 이 땅에 길이 살아있어야 할 정의와 생명의 실체를 보여주십시오. 우리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기도하고, 하나님을 바라고, 또 행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주님이 허락하신 생명을 살리고 그것을 이어가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부디 우리의 동공을 열어 온 세계를 돌아보게 하소서. 오늘도 이 슬픔을 함께 견디는 공동체를 허락해주신 것을 감사드리며, 그 모든 슬픔이 희망의 표징을 찾을 때까지 우리의 단단한 밧줄이 되어주시는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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